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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능 마피아

입력
2014.11.2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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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교육부는 ‘진주 마피아’로 대변되는 영남 출신과 서울대 사범대 출신이 양대 축을 이뤘다. 진주교대 출신의 학맥을 일컫는 진주 마피아는 전두환 정권 당시 진주 출신인 이규호씨가 교육부 장관에 발탁된 뒤 범영남권 인사들이 대거 기용되면서 형성됐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서울대 사대 출신들이 5명의 교육부 장관을 배출하면서 독주 체제를 구축해 ‘서울사대 마피아’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 박근혜 정부 들어 서울사대 마피아의 위력은 더욱 커졌다. 교육부장관 후보자였던 김명수 한국교원대 교수와 지난 9월 사임한 송광용 교육문화수석, 수능 복수정답 파문으로 이틀 전 사퇴한 김성훈 교육과정평가원장, 현 김재춘 교육비서관과 백순근 교육개발원장이 모두 서울대 교육학과 출신이다. 교육계에서는 서울대 교육학과의 ‘큰 어른’ 격인 정원식 전 국무총리를 지목하고 있다. 총리 시절 법무장관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친분관계로 학과 후배와 제자들을 천거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돈희 전 교육부장관과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도 서울대 교육학과 학맥의 ‘배후’로 거론된다.

▦ 반복되는 수능 출제 실패의 배경으로도 서울사대 마피아가 거론되고 있다. 수능문제 출제위원과 검토위원 상당수가 서울대 사범대 출신들로 구성된 이른바 ‘수능 마피아’여서 선후배끼리 제대로 문항 오류를 지적하거나 반대 의견을 내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평가원은 2004년 감사원 감사에서 수능 출제위원 가운데 서울대 사대 출신이 58%를 차지한 것이 문제가 돼 특정대 출신이 절반을 넘지 않도록 운영한다지만 여전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특히 선택과목일수록 서울대 사대 출신의 독식 현상이 심하다.

▦ 300여명인 수능 출제위원에게는 하루에 30만원의 수당이 주어져 합숙 기간이 끝나면 1,000만원 정도를 받는다. 200여명의 검토위원은 하루 20만원씩 수당을 받는다. 연구비 수입이 적은 젊은 교수와 교사에게는 적지 않은 수입이다. 일부 교수와 교사들이 출제와 검토위원으로 반복 선정되는 데는 이런 혜택을 비롯한 수능 마피아 관계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서울사대 선후배들이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심지어 수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심각한 문제다. 특정 학맥과 인맥 중심의 순혈주의가 나라의 교육을 망치고 있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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