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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단원고 교감 순직 재판

입력
2015.05.1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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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강민규 교감은 수학여행단 인솔책임자였다. 세월호가 침몰하자 20여명의 학생을 구조한 뒤 저혈당 쇼크로 의식을 잃었다. 그 후 헬기에 구조돼 인근 섬으로 옮겨졌으나 다시 어선을 타고 사고해역으로 달려갔다. 주변의 입원 권유를 뿌리치고 진도체육관에서 제자들의 주검 수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뒷산으로 올라가 소나무에 목을 맸다. 지갑에서 유서가 발견됐다.“200여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벅찼다…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

▦ 부인 이모씨는 남편의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정부가 ‘공무상 사망’으로만 처리하자 이의를 제기했다. 교사임을 늘 자랑스러워했고 책임감이 유독 컸던 남편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전국의 교사 2만1,989명도 재판부에 탄원서를 냈다. “선장과 선원조차 승객을 버린 상황에서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제자를 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강 교감은 교육자적 소명을 다한, 시대가 바라는 스승이었음이 분명하다”고 호소했다.

▦ 공무원연금법상 순직 공무원은 ‘생명 등의 위험을 무릅쓰고 사고 수습 등 위험한 직무수행을 하다 위해를 입고 이것이 직접 원인이 돼 사망한 공무원’이다. 정부는 자살이라는 죽음의 형태를 들어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변호인과 유가족은 “순직 여부는 죽음의 형태가 아니라 죽음에 이르게 한 실질적인 원인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2년 6월 ‘공무원이 복무 중 자살로 사망한 경우라도 직무수행과 사망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 재판의 쟁점은 ‘생존자 죄책감’ 인정 여부다. 큰 재난을 겪고 난 뒤 생존자들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자신의 탓인 것처럼 자책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증상이다. 강 교감이 세월호 참사로 ‘생존자 죄책감’이란 정신적 외상을 입었고 이 것이 자살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느냐가 관심이다. 외국에서는 이 증후군으로 자살한 경우 순직으로 인정하는 것이 추세라고 한다. 서울행정법원의 1심 선고는 21일이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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