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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공의 10년만의 가족여행… 강변 드라이브에 ‘강원의 맛’ 즐기세요

입력
2016.07.2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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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20년째 자동차 정비를 해온 40대 초반의 정비공입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하며 살았지만 정작 가족여행을 다니지 못했다라는 생각을 결혼 10주년이 되어서야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도 예쁜 풍광도 선물해주지도 못하고 지낸 10년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결혼 10주년을 기념해서 아이 2명과 아내에게 가족여행이라는 선물을 해주고 싶습니다. 아는 곳이 없어서 딱히 생각한 곳은 없지만 2박3일이란 시간을 큰 맘 먹고 내어보려고 합니다. 아이들과 아내에게 추억에 남는 여행코스를 원근씨에게 소개를 받고 싶어 이렇게 신청합니다. 참 저희는 현재 경기 하남시에 살고 있습니다. 아내가 속초 이야기를 하길래 그곳에 숙소를 2박 예약해 놓았습니다. 감안해서 코스 부탁 드립니다.

답변

40대 초반이면 저랑 나이가 비슷하겠네요~

20여 년간 자동차 정비일을 하시며 가정을 꾸리며 고생하며 사셨는데 저는 한량처럼 정처 없이 여행만 다닌 듯해 괜히 죄송스럽기까지 하네요~

하남이면 수도권의 차 막힘 없이 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큰 곳이죠. 2박3일 일정이니 여유롭게 다녀 올 수 있는 곳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목적지를 바로 가서 현지 주변을 관광하는 일정 대신 가고 오는 길도 아름답고 볼 만한 코스로 안내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잡은 여행지는 양구, 속초, 고성입니다.

하남에서 아침 일찍 출발을 한다는 가정하에 서울-양양간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이용해 보세요. 이 여행의 이름은 일명 ‘댐투어’. 헤헤~ 제가 붙인 이름입니다. 가는 길이 강으로만 이어지며 여러 개의 댐을 지나며 보는 코스라고 생각해 이름을 붙여봤습니다. 차창 밖에 계속 강물을 달고 가니 드라이브 할만 하겠죠? 모처럼의 여행이니 가는 길, 가는 시간도 충분히 여행을 즐기시라 낸 아이디어입니다.

하남에서 팔당대교를 건넙니다. 팔당대교를 건너 6번 국도를 이용하여 조안면에서 45호선 국도로 바꿔갑니다. 이 길은 양수리방면으로 양수대교를 건너 양수리에서 지방국도 363호선으로 갈아타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성리로 가는 길이 아닌 강 건너편 쪽으로 가게 됩니다. 헷갈리시면 내비게이션에 서종면을 찍고 가셔도 될 거 같습니다. 북한강을 여유롭게 볼 수 있는 길입니다. 서종IC를 지나 신청평대교까지 가서 청평대교를 건넙니다. 건너자 마자 청평댐방면으로 다시 363호선 지방도를 타고 갑니다. 계속 북한강을 따라 가는 길이라 드라이브길로 아주 좋습니다. 이 길은 수상레저를 많이 하는 길이기도 하고 또한 남이섬으로 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남이섬을 지나 가평에 도착해선 46호선 국도를 따라 춘천 방향으로 갑니다. 춘천 들어가기 전 의암댐 방면으로 다시 지방도 403번을 탑니다. 그러면 의암호반 둘레를 드라이브 하며 갈수 있습니다. 강 건너편으로는 춘천시내가 보이죠. 소양강댐 쪽으로 가면 양구로 가는 길이 바로 연결됩니다. 이렇게 양구를 가면 눈 호강을 하면서도 정체를 피해 갈 수 있습니다.

양구에 도착할 때쯤 점심시간이 되겠네요. 양구에서 두타연을 관광할 예정인데 두타연 가기 전에 양구 읍내를 지나 도고터널을 빠져나오면 바로 왼쪽 편에 ‘청수골’이라는 간판이 보일 것입니다. 그 집에서 정말 맛있는 산채비빔밥을 드셔보세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양구에 위치한 두타연은 사전허가를 받아서 들어가야 하는 곳인데 얼마 전부터는 현장에서 신분증만 제출하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50여 년간 민간인통제구역으로 사람들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았던 천연 숲과 폭포 그리고 계곡길입니다. 금강산에서 32㎞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고, 금강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수입천이란 이름의 계곡입니다. 그 곳에서 자연 그대로의 길을 산책하고 속초로 바로 가세요.

속초의 숙소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속초에 왔으니 시원한 회는 드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속초에서 잘 가는 곳은 물치항입니다. 물치항은 2층짜리 건물로 된 회센터입니다. 작은 수족관을 가지고 그 날 잡힌 물고기와 해산물을 팔고 있으며 각 집마다 약 4~6개의 테이블이 있어 같이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조그만 포구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물치항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이튿날에는 고성 쪽으로 한번 가보시죠. 늦은 아침식사를 하시고 해수욕 준비를 미리 하세요. 그리고 속초의 아바이마을을 잠시 둘러보신 후에 화진포로 향하세요. 화진포를 가기 전에 거진항에 있는 조그만 식당인 ‘이모네식당’에 들려 생선조림을 드시면 좋습니다. 테이블이 7~8개 정도이며, 밑반찬도 훌륭한 작은 맛집입니다. 소주가 저절로 생각이 날 만한 그런 곳입니다.

거진항에서 약 15분 정도면 화진포 해수욕장과 화진포호수까지 도착할 수 있습니다. 화진포해수욕장은 수만 년 동안 조개 껍질과 바위가 부서져 만들어진 모나즈 성분의 모래로 구성된 백사장이 펼쳐져 있는 곳으로 모래를 밟으면 소리가 나고 개미가 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바닷물이 깨끗하고 수심이 얕은 동해안 최북단에 있으며, 백사장의 길이가 약 2km정도 되고, 평균 수심은 1~1.5m라 아이들이 있는 가족과 해수욕하기가 좋습니다. 또한 폭은 200m정도 되어 백사장에서 놀기에도 엄청나게 좋습니다.

오후 내내 화진포 해수욕장에서 해수욕 및 휴식을 취한 후 숙소로 오실 때 동명항을 들르세요. 동명항에는 대게가 유명하고 갖가지 회와 해산물이 유명하지만 제가 추천해 드릴 곳은 영금정 근처에 있는 정아네 식당입니다. 생선구이가 특히 맛있습니다. 해안가에 좌판을 깔아 생선구이와 갖가지 음식을 드시면 더 이상 바랄게 없을 듯 싶습니다.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 날. 댁으로 올라 가는 길을 따라 여행 코스를 꾸며 봤습니다.

숙소 혹은 근처에서 아침식사를 하신 후에 인제군 기린면 방동약수를 검색하세요. 방동약수에서 시원한(아이들은 비리고 쓴 맛이라고 싫어할 거예요) 약수를 드신 후 고향식당이란 곳의 두부전골과 두부구이를 드셔보세요. 두부구이는 솥뚜껑 같은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뿌려서 직접 구워먹게 나옵니다. 두부는 다른 곳과 다르게 부드럽고 흐느적거리지만 두부 본연의 맛은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또한 두부전골은 들깨를 넣었는지 육수를 어떻게 냈는지 궁금할 정도로 칼칼하고 맛깔스러우며 야들야들한 두부의 맛도 그대로 남아 있는 최고의 두부전골이 아닌가 싶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족을 하셔서 몸이 불편함) 두 분이 하시기 때문에 음식이 늦게 나와도 이해해주시면서 드시면 됩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내린천에서 래프팅을 하셔도 좋구요, 아니면 인제에 레저 체험장이 많이 있습니다. 또 여름의 시원한 자작나무를 보고 싶으시면 원대리의 자작나무숲길을 트레킹 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서울로 오는 길에는 홍천에 위치한 ‘친절막국수’에 들려 저녁을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허영만의 ‘식객’에 나온 집이기도 하며, 주인아저씨가 덤벨 세계 기네스북 보유자이기도 합니다. 물과 비빔막국수를 구분한 게 아니라 한 종류입니다. 그리고 다른 곳보다 메밀을 많이 넣어 면이 잘 끊기기도 합니다. 밑반찬은 달랑 백김치 하나. 이것이 강원도의 맛 그대로가 아닌가 싶습니다.

친절막국수에서 마지막 강원도의 맛을 보시고 하남까지 무사히 오시면 최고의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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