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US오픈이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의 에린 힐스 골프장(파72ㆍ7,741야드)에서 16일(한국시간) 개막한다. 최장거리, 최고난도 코스에서 펼쳐질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랭킹 60위 이내 선수 58명이 골프 사상 최대규모 상금을 놓고 겨룬다.
개장 11년째를 맞은 에린 힐스 골프장은 US오픈이 처음 열리지만 긴 전장, 빠르고 단단한 그린, 두터운 러프를 갖춰 대회 개최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연습 라운드를 통해 골프장에 처음 나선 선수들은 ‘지옥의 러프’와 난코스에 혀를 내둘렀다.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대회 전장을 7,741야드 파72로 세팅했다. 4대 메이저대회 사상 두 번째로 길다. 쉽게 언더파가 나오지 않도록 파70, 파71로 맞추는 게 관례였지만 25년 만에 파72로 돌아온 만큼, 거리감에서 부담이 덜하지만 대신 까다로운 코스가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데이비스 러브 3세(53ㆍ미국)는 “때로는 러프를 피하기 위해 끊어 치거나 돌아가야 해서 실제 체감 코스 길이는 8,000야드가 넘는다”고 말했다.
무릎 높이까지 덮는 페스큐 잔디도 험로를 예고한다. 재미동포 나상욱(34)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에린 힐스의 페스큐는 경기가 불가능할 정도”라며 “눈 앞에서 공을 던졌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리 웨스트우드(44ㆍ영국)도 SNS에 “페어웨이 끝 러프가 정말 깊다”며 페스큐 안에 숨어 있다가 기어 나오는 익살스러운 영상을 게시했다. 선수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USGA는 대회 하루 전 4ㆍ12ㆍ14ㆍ18번 홀의 러프 지역 페스큐를 일부 잘라내는 조치까지 취했다.
‘고난의 행군’에 대한 보상일까. 상금은 최고수준이다. 단일 대회로는 역대 최다인 총 상금 1,200만 달러(약 135억 원), 우승상금 216만 달러(약 24억원)가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 US오픈의 우승상금은 지난 4월 마스터스 챔피언 세르히오 가르시아(37ㆍ스페인)가 받은 198만 달러(약 22억 원),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자 김시우(22ㆍCJ대한통운)가 받은 189만 달러(약 21억 원)보다 많다. 돈 한 푼 없어도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상금랭킹에서 단숨에 21위에 오를 수 있다. 준우승 상금 129만 6,000달러(약 14억 6,000만 원)는 PGA투어 A급 대회 우승상금보다 많다.
117년 역사의 US오픈골프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상금을 올린 것은 거액의 방송중계권 계약을 체결한 2014년부터다. USGA는 2013년 미국의 FOX스포츠와 12년간 11억달러(약 1조 2,369억 5,000만원)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후 2015년 처음으로 총 상금이 1,000만 달러를 돌파하는 등 해마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9홀짜리 코스를 하루에 4바퀴 도는 36홀 경기로 치러져 150달러의 상금을 준 1회 대회에 비하면 117년 동안 상금 규모에서 3만6,000여배 성장한 셈이다.
이번 대회는 역대 최고 전장과 넓어진 페어웨이 때문에 장타자에게 우승 가능성이 쏠리고 있다. 도박사들은 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더스틴 존슨(33ㆍ미국)의 2연패 달성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미국 베팅전문업체 웨스트게이트 라스베가스 슈퍼북에 따르면 존슨의 배당률이 7-1로 가장 높게 책정됐고, 로리 매킬로이(28ㆍ북아일랜드), 조던 스피스(24ㆍ미국), 제이슨 데이(30ㆍ호주)가 뒤를 이었다.
한편 한국 선수는 모두 4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김시우와 안병훈(26ㆍCJ대한통운), 왕정훈(21ㆍ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 페덱스 세인트주드 클래식 공동2위에 오른 김민휘(25)가 그들이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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