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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램핑 불안 불안하더니… 화 부른 안전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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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램핑 불안 불안하더니… 화 부른 안전불감증

입력
2015.03.2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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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램핑장 전국에 수백 개 운영

화재 예방시설은 전무한 실정

5월31일까지 야영장업 등록 불구

대다수 미등록… 화재 사각지대

“불안 불안하더니 결국 ‘글램핑(Glamping)’이 사고를 치고 말았다.”

22일 어린이 3명을 포함해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 강화도 캠핑장 화재에 대해 캠핑전문가들은 관련 법규 미비와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았다. 캠핑장의 글램핑용 텐트가 사실상 소규모 숙박시설 역할을 하는데도 안전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돼오다 끝내 인명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글램핑은 ‘화려하다’는 뜻의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캠핑(Camping)’의 합성어로 텐트나 식기 의자 등 캠핑 장비가 모두 갖춰진 곳에서 즐기는 캠핑을 말한다. 별다른 준비 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편리하면서 고급스러운 부대시설을 함께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2010년 제주 중문단지의 고급호텔들에서 처음 선보인 글램핑이 인기를 끌면서 전국의 휴양지에 전용 글램핑장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현재 전국에 수백 개의 글램핑장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엔 일반 캠핑보다 호화롭게 편의시설이 구비된 글램핑 시설에 대해 불법 건축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업주들은 글램핑 텐트가 일반 텐트의 확장 개념인 만큼 건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지붕과 사면이 막힌데다 주거시설을 갖춘 만큼 불법건축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충돌해왔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캠핑장의 글램핑 시설은 지름과 높이가 각각 5~6m 가량인 원뿔 형태로, 취사도구와 함께 TV와 냉장고까지 있으며 최대 6명이 숙박할 수 있다. 특히 이 텐트는 한기를 막기 위해 단열재로 스티로폼 등이 텐트 바닥과 텐트의 천과 천 사이에 내장돼 있었는데 그 단열재가 화재 당시 사고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김숙자 강원 소방본부 소방경은 “글램핑이나 캠핑장은 지금까지 일반 건축물로 규정하기 쉽지 않아 현황파악 조차 쉽지 않다”며 “특히 글램핑은 텐트 내부에 벽난로 같이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장치가 있음에도 화재 예방시설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강원 평창군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임상준씨는 “텐트 내부에서 발생할 사고 등에 대비해 언제든 신속하게 텐트를 찢고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준비돼야 한다”며 “화재가 발생한 텐트에 스티로폼이 마감처리 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 일본 등과 같이 국내도 캠핑장 등급제를 시행해 등급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 형성과 야외활동 수준에 따른 캠핑문화 본보기를 제시해주는 방법을 고려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캠핑장의 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1월 관광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개정 시행령에 따르면 캠핑장 등 야영장은 침수ㆍ산사태 등의 우려가 없는 곳에 위치해야 하고, 비상시 이용객 안전을 위해 소화기와 대피소, 관리요원 등을 확보해야 하며 각 시군구에 ‘야영장업’ 등록을 해야 한다.

그러나 시행령의 유예기간이 오는 5월 31일까지로, 대다수 캠핑장은 아직 등록을 하지 않았다. 캠핑장이 집중된 경기지역의 경우 22일 현재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 중인 캠핑장 통합 홈페이지에 등록된 업체 561곳 가운데 야영장업 등록을 한 곳은 10여 곳에 불과하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캠핑장을 비롯, 강화군에 위치한 32개 캠핑장은 단 한 곳도 등록하지 않았다.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현재 캠핑장을 포함해 1,800여 개로 추정되는 전국의 야영장 가운데 관광진흥법령 등 법·제도 내에서 등록·관리되고 있는 야영장은 230곳에 불과하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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