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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두려움 대신 위생 먼저…” 전문가들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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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두려움 대신 위생 먼저…” 전문가들의 조언

입력
2015.06.0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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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기도 두렵다"…"정부가 정보 투명하게 공개해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연일 늘어나고 있는 2일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손소독제를 뿌려주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연일 늘어나고 있는 2일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손소독제를 뿌려주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고 3차 감염환자가 확인되면서 메르스 확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몸이 아파도 대형병원 가기를 꺼리고 장례식장에 문상 가기를 주저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엄마들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로 인해 불필요한 두려움을 가질 것은 없다고 조언하면서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철저한 위생관리를 당부했다.

◇ "좀 불편해도 당분간 집에 있겠다"…집집마다 '외출 자제령'

메르스 감염 우려에 대형병원에는 환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병원을 통한 감염이 많은데다 정부가 메르스 환자 입원 병원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혹시 이 병원이아닌가'라는 걱정에 병원 방문을 꺼리는 측면이 크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있는 대학생 김효은(21·여) 씨는 "한 달에 두 번씩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데, 내가 다니는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진료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가벼운 교통사고로 매일 병원을 찾아 물리치료를 받아오던 문효숙(59·여) 씨도 "병원에서 메르스에 걸린 사람이 많다는 뉴스를 듣고 병원에 가는 게 무서워졌다"라며 "좀 불편해도 치료를 미루고 당분간은 그냥 집에서 쉴 생각"이라고 밝혔다.

수술을 앞둔 가족이 있는 직장인 김모(29) 씨도 "병원 가는 게 불안하고 찝찝하다"라며 "치료를 위해 입원해야 하지만 회복하는 대로 최대한 빨리 퇴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병원에 딸린 장례식장을 찾는 문상객도 평소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박태준(34) 씨는 "지인이 상을 당해 문상을 가야 하는데, 내 건강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도 가족에게 전염시킬지 모른다는 생각에 신경이 쓰여 가지 않았다"라며 "못 가서 죄송하다고 전화를 했고 나중에 따로 조의금을 전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공연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평소보다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반면 실내·외를 막론하고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기는 쉬워졌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의 우려는 특히 컸다.

엄마들은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메르스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메르스 관련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유치원에 다니는 두 자녀를 둔 김미선(34·여) 씨는 "어제 유치원에서 이번 주는 메르스 예방 차원에서 휴원한다는 문자가 왔고 오늘은 태권도장이 쉰다는 문자가 왔다"며 "인근 지역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이번 주가 고비라는 내용이 들어 있어 아이들을 어디 보내기가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한 사립유치원 교사는 "오늘 자율등원이라고 알렸는데, 나온 아이들이 절반도 안됐다"면서 "우리 유치원은 괜찮은지, 휴원하지 않는지 등을 묻는 엄마들의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엄마들은 가능하면 아이들을 밖에 나가지 않게 하고 집에 머무르게 했다. 지방에 있는 친정에 아이를 보낼 계획이라는 부모도 있었다.

◇ "지나친 공포는 기우…예방수칙 지키는 노력 필요"

전문가들은 이 같은 메르스 공포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유언비어에 휘둘리지 말고 기본적인 감염 예방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3차 감염자도 나왔지만 메르스가 지역 사회로 더 퍼져 심각한 재앙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메르스가 당분간 더 전파될 수는 있겠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사례처럼 사망률이 40%에 이르는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0%'라는 수치는 중증환자 위주로 통계를 낸 것이어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외국에서도 2차·3차 전파는 흔히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처음 한 명의 환자가 십여 명에게 전파시킨 것처럼 감염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 지역 사회에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국내 보건환경이 메르스가 발병해도 이에 대한 개별 대처를 통해 면역력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는 구조여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진현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슈퍼전파자'로 알려진 환자도 나이가 많아 면역력이 떨어져 침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가 강했을 것"이라며 "나머지 감염자들은 건강했던 사람들이어서 그렇게 쉽게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괴담'을 잦아들게 하려면 정부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의사단체인 전국의사총연합 정인석 대표는 "정부가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환자가 어떤 경로로 어느 병원을 이용했는지 이야기하지 않아 의심과 불신을 키운 측면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경로를 다 밝히고 필요한 조치를 다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괴담이라고 하지만, 이런 얘기가 확산이 되면 국민이 더 조심할 수 있어 꼭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유언비어가 너무 확산되면 정부가 정말 필요한 조치를 해도 국민이 이를 신뢰하지 않아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정확한 정보를 유통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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