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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 위한 시책들… 대부분 사기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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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 위한 시책들… 대부분 사기극이 됐다

입력
2015.09.1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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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식민지 독립선언· 강준만 지음· 개마고원 발행ㆍ320쪽ㆍ1만5,000원
지방식민지 독립선언· 강준만 지음· 개마고원 발행ㆍ320쪽ㆍ1만5,000원

지방에서 수십 년 살아온 저자가 격하게 차별을 체험하며 ‘서울을, 서울에 의한, 서울을 위한’ 정책으로 일관한 중앙정부로 인한 서울과 지방 간 삶의 질 격차를 조목조목 분석ㆍ비판한 책이다.

우선 100대 기업 본사 95%, 전국 20대 대학의 80%, 의료기관 51%, 정부투자기관 89%, 예금 70%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현실을, 1970년대 남미종속이론에 빗대어 ‘내부식민지’라고 명명한다. 식민지가 국가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 내에도 극심한 지역간 불평등의 형식으로 존재한다고 말이다. 예컨대 산모가 출산과 관련해 사망하는 비율인 ‘모성 사망비’는 강원도의 경우 2013년 기준 10만명당 27.3명을 기록해 서울(5.9명)의 4.6배에 달했다. 70년대 전체 모성사망비와 맞먹는 “후진국만도 못한 강원 산모 사망률”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중심’을 완화하려는 지방 분권정책이 있었지만 이런 정책의 상당수는 의도와 달리 ‘재주는 지방이 넘고 돈은 서울이 가져가는’ 사기극이 됐다. 예컨대 노무현 정부 때 지방분권이란 미명하에 순수 복지사업 67개를 지방에 이양하고 대신 지방에 담배소비세가 중심이 된 ‘분권교부세’를 만들었는데, 5년간 분권교부세 수입은 연평균 8.7% 증가한 반면 복지비 지출은 연평균 18%씩 늘었다.

예측이 틀려 서울 블랙홀 현상이 더 심화된 경우도 있다. KTX사업의 경우 서울-지방간 교류가 활발해져 지방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지방민을 서울로 빨아들이는 ‘KTX 빨대효과’가 나타났다. 수도권에서 진료받는 지방환자는 2004년 180만명에서 2013년 270만명으로 늘었다.

서울 집중, 지방 종속의 문제는 지방 내부에서도 재현된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으며, 다시 지방의 인구는 도(道) 단위 지역의 패권도시에 집중돼 있다. 이들 패권도시와 다른 지방도시들은 서울-지방 간의 관계를 반복한다.

내부식민지를 탈출하기 위해 저자는 정부에 지역균형발전기금의 조성을 권한다. 국가정책의 문제로 특정 지역주민이 당하는 경제적 불이익을 그 기금으로 보상해주자는 것이다. 지역을 향해서는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해보자고 권한다. 핵심은 ‘지역주의에서 지방주의로의 전환’이다. “우리지역 사람이 중앙권력을 잡아야 한다고 보는 게 지역주의”라면, “지방이 수도권과 동등하게 맞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게 지방주의”다.

2008년 출간한 ‘지방은 식민지다’의 속편으로 전편의 상당 부분을 인용했지만, 구성을 바꾸고 사례를 추가해 완전히 새로 썼다. 탄탄한 논리와 구체적인 제안이 인상적이지만, 새 책이 쓰이는 7년간 서울대 지방의 격차는 더 벌어진 것 같아 한편으로 씁쓸해진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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