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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년 악역 기다린 봉태규… 웃기던 남자가 무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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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년 악역 기다린 봉태규… 웃기던 남자가 무서워졌다

입력
2018.03.26 15:5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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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한 역할’의 대명사 봉태규

드라마 ‘리턴’에서 잔혹성 보여줘

시청자 “봉태규의 재발견” 호평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던 캐릭터”

배우 봉태규는 “드라마 ‘리턴’ 속 김학범의 악행을 보며 화를 내는 반응이 있는데, 그만큼 실감나게 연기했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iMe KOREA 제공
배우 봉태규는 “드라마 ‘리턴’ 속 김학범의 악행을 보며 화를 내는 반응이 있는데, 그만큼 실감나게 연기했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iMe KOREA 제공

주로 지질한 남자였다. 허세 가득한 고교생(영화 ‘방과후 옥상’)이거나 연애 한번 못해본 백수(영화 ‘두 얼굴의 여친’)였다. 여자친구를 쾌락의 대상으로 보거나(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 유부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기도(영화 ‘바람난 가족’) 했다. 배역의 스펙트럼은 제법 넓었지만 공통분모는 있었다. 불량기 있어도 허점 많아 보이는 인물. 배우 봉태규(37)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최근 막을 내린 SBS 드라마 ‘리턴’에서는 달랐다. 사학 재벌가의 청년 김학범으로 변신해 잔혹한 폭력성을 드러냈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아무렇지도 않게 주차하면서도 휴대폰 벨소리는 찬송가 ‘내게 강 같은 평화’로 해놓은 인물. 해리성 인격 장애를 지닌 걸로 인식될 정도로 폭력적인 김학범을 맞춤옷처럼 연기했다. “봉태규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봉태규는 “김학범의 폭력성을 사이코패스와 같은 특정 성향이 아니라 일상적 성격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든 이들에게 반말을 하는 안하무인 성격이 대표적인 설정이었다. 봉태규는 “누군가를 하대하는 것은 사회적 폭력 중 가장 큰 폭력”이라고 생각했다.

배우 봉태규는 “마지막 촬영 마치고 새벽에 집에 들어갔는데 헛헛함이 밀려와 혼자 울었다”며 “배우생활 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는 처음이라 무안하면서도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iMe KOREA 제공
배우 봉태규는 “마지막 촬영 마치고 새벽에 집에 들어갔는데 헛헛함이 밀려와 혼자 울었다”며 “배우생활 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는 처음이라 무안하면서도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iMe KOREA 제공

처음 역할이 들어왔을 땐 거절했다. 악인이 4명이나 등장했고, 김학범이 지나치게 극단적인 캐릭터라 설득력 있게 그릴 자신이 없었다. ‘리턴’의 주동민 PD는 “부족한 부분은 배우가 새롭게 표현해 달라”고 설득했다. 봉태규는 마음을 돌렸다. “마지막 촬영 때 PD님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어요. ‘리턴’을 안 했다면 1년은 더 쉬었을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네요.”

‘리턴’은 폭력적인 내용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김학범이 유리컵으로 여성의 머리를 내리치는 장면 등이 문제가 됐다. 봉태규는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대본을 스스로 검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캐릭터를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으니 PD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며 “후반부에는 제작진도 배우도 어떻게 하면 시청자 마음이 덜 불편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도 밝혔다.

봉태규는 “코믹한 캐릭터 외에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리턴’은 봉태규가 “10년을 기다린 순간”이다. 그는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2008년 이후 예능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게 작품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봉태규는 새로운 역할을 설득력 있게 소화해 만족감이 크다. 무엇보다 아내에게 “떳떳한 남편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단순히 운이 좋아 이룬 성과는 아니다. 공백기 동안 자신만의 악인 캐릭터를 구상했다. “여러 작품 속 악인 연기를 보며 ‘나라면 이렇게 했겠다’는 구상을 10년 정도 했던 것 같아요. 막연하게 언젠가는 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혼자 (그 캐릭터를) 쥐고 있었죠. 그래서 김학범을 만났을 때 연기가 술술 풀렸던 것 같아요. 10년을 준비한 연기인 셈이죠.”

연기 갈증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더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 봉태규는 “이미 해본 장르도 젊은 시절 보여줬던 표현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내 안에 좋은 에너지가 많아 이를 빨리 쏟아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도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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