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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중관계의 명암

입력
2014.07.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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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통적 우방인 북한을 제쳐두고 한국을 먼저 방문한다. 이를 두고 북중관계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균열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흔히들 북중관계를 혈맹관계 또는 순망치한(脣亡齒寒)관계라고 말한다. 중국의 국공내전에 조선의용군이 중국 공산당을 도와주고, 6·25전쟁에 중국인민지원군(중공군)이 참전하면서 중국과 북한은 혈맹관계를 돈독히 해왔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중국과 북한은 순망치한 관계로 중국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해양세력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한다.

이런 전통적·지정학적 관계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 중반 북한이 자주노선을 본격화하고, 중국이 문화대혁명을 추진하면서 북중관계는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북한은 제국주의도 반대하지만 대국주의도 반대한다고 하면서 중국과 소련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등거리 외교를 추진했다.

북한이 반중국적 움직임을 보이는 근거는 주체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 주체사상은 자주를 근본 핵으로 하면서 제국주의와 대국주의를 모두 반대한다. 북한은 김일성이 조선의 오랜 역사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과의 주종관계, 조공관계를 끊고 자주를 실현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북한은 이전의 ‘예속된’ 우리 민족과 차별화하여 그들 스스로를 ‘자주성이 실현된 김일성민족’이라고 부른다.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모델을 추종하면서 중국의 노동분업구조에 편입하면 잘 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역하면서 자력갱생노선을 고집하는 것도 주체사상의 자주노선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다소 굴곡이 있긴 했지만 그럭저럭 잘 지내오던 북중관계에 결정적인 장애가 조성된 것은 1992년 한중수교다. 독일통일과 사회주의권 붕괴로 흡수통일에 대한 우려가 최고조로 치닫던 당시 중국이 북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중수교를 강행함으로써 북중관계는 되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당시 김일성 주석은 한중수교와 북미수교를 동시에 추진할 것을 중국에 제의했지만 중국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숙원은 북미 적대관계 해소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1970년 중반에 키신저가 제안했던 남북한에 대한 4대국 교차승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풀려고 했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과 수교를 단행함으로써 북한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단적인 예가 김일성 사후 고난의 행군시기에 100만명 이상이 굶어죽는 동안에도 북한은 중국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필자가 수년전에 만난 북측 인사에게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으면 적어도 굶어죽지는 않았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냐고 묻자, 그는 “우리는 중국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중국을 비난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중국을 경계하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최근 장성택 처형과정에서 헐값에 지하자원과 토지를 매각했다는 죄목을 적시한 것도 김정은 체제의 부정적인 대중국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 북중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그래서 북한이 찾은 돌파구가 북일교섭과 북러 교류협력 확대 움직임이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북한은 2가지 기본입장을 밝혔다. 하나는 “북핵포기는 영원히 실현될 수 없는 개꿈”이라고 하면서 한중의 북핵불용과 관련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다른 하나는 8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한미합동군사연습 등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중지’를 남측에 요구한 것이다. 중국의 북핵불용 원칙은 북한의 경제·핵병진노선과 충돌하는 것이지만, 북한의 한미군사연습 중지요구는 중국의 국익과 일치하는 것이다. 결국 중국이 풀어야 할 숙제는 한국과 북핵불용을 위한 해법을 찾는 것이고, 북한과 함께 한미군사연습을 막아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중국의 남북한 등거리외교의 딜레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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