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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캔에 5000원까지… 수입맥주 저가공세에 국산맥주는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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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캔에 5000원까지… 수입맥주 저가공세에 국산맥주는 운다

입력
2018.05.1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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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필스너 계열 유사맥주 버지미스터. 세븐일레븐 제공
스페인의 필스너 계열 유사맥주 버지미스터. 세븐일레븐 제공

수입 맥주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맥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 맥주업계도 신제품을 내놓기보다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맥주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국산 브랜드 맥주의 역수입 사례까지 나오면서 국내 생산 기반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1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지난 3월 밀러 라이트와 밀러 제뉴인 드래프트를 수입한 데 이어 최근 쿠어스 라이트와 블루문을 들여오는 등 수입맥주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위스키 브랜드 골든블루도 덴마크 맥주 칼스버그와 독점 유통 계약을 맺었고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스페인 필스너 버지미스터를 들여와 500㎖ 4캔을 5,000원에 판매하며 수입맥주 경쟁에 가세했다.

해외에서 생산한 국내 브랜드 맥주를 역수입해오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달 카스의 월드컵 패키지 중 740㎖ ‘메가 캔’ 제품을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수입맥주 경쟁이 심화하면서 대형마트는 500㎖ 4캔을 대부분 1만원 미만인 8,000~9,000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주류업계와 유통업계가 해외 맥주 수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국산 맥주보다 수입 맥주에 유리한 과세 기준 때문이다. 국산 맥주는 판매관리비와 영업비, 제조사 이윤 등이 모두 포함된 제조원가의 72%가 주세로 부과되지만, 수입맥주는 판매관리비와 이윤 등이 모두 빠진 수입가격의 72%가 주세로 부과돼 주세 부담이 훨씬 적다. 여기에 맥아 함량이 10% 미만이거나 맥주 원료가 아닌 다른 성분이 첨가된 유사맥주는 기타주류로 분류돼 72%가 아닌 30%의 주세가 부과된다. 세븐일레븐이 버지미스터 4캔을 5,000원에 판매할 수 있는 이유다. 버지미스터는 맥아 함량이 일반 수입맥주와 유사하지만 알긴산이라는 첨가물이 함유돼 있어서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이런 이유로 국내 맥주업체는 사실상 신제품 출시를 중단한 상태다. 롯데주류가 지난해 6월 피츠를,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4월 필라이트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달 필라이트 후레쉬를 출시했지만 이 중 하이트진로의 두 제품은 주세법 상 맥주가 아니라 맥아 함량이 10% 미만인 ‘발포주’여서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현재로선 국내 맥주업계가 수입맥주에 대항해 ‘저가’를 무기로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방어책인 셈이다.

수입 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맥주 제조업체들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스 역수입 사례처럼 국내 생산기반을 해외로 이전해 역수입 방식이 보편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맥주업계 관계자는 “국산맥주는 모든 거래 과정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지만 수입맥주는 해외 제조원가와 상관 없이 수입업체가 정하는 것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주세를 더하면 국산맥주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불합리한 주세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국내 맥주의 해외 생산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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