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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AI 재앙, 방역 매뉴얼부터 다시 점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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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AI 재앙, 방역 매뉴얼부터 다시 점검하라

입력
2016.12.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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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사상 최악의 재앙이 됐다. 23일 기준 도살 처분됐거나 살처분 예정인 가금류는 2,500만 마리를 넘었다. 역대 최악인 2014년(1,400만 마리 살처분)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병아리를 생산하는 산란종계는 10마리 중 4마리, 계란을 얻는 산란계는 4마리 중 1마리 꼴로 사라졌다. 닭보다 사육 규모가 영세한 오리농가도 전체 사육 대비 23.9%(209만 마리)가 도살됐다. 최대 5,000만 마리가 살처분 되리란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이번 AI 재앙은 초동 방역에 실패하고 뒷북 대응으로 일관한 정부 책임이 크다. 정부는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한 달 후에야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방역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의 공조를 통한 방역 대응도 허점투성이였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의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AI 확진 농가 178 곳 중 151곳이 겨울에는 효과가 전혀 없는 엉터리 소독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AI가 발생한 산란계 농장에 계란 유통업자와 음식물 배달차량이 수시로 드나들 만큼 방역매뉴얼도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는 이제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기본 방역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 제주 등 아직 뚫리지 않은 지역에 대한 차단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거점소독 농가방역 등이 내실 있게 진행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AI 발생 농가에 외부 차량이 유입되지 못하도록 동선관리에 신경을 써야 함은 물론이다. 농식품부가 컨트롤타워를 맡다 보니 부처간 협조가 미흡하고 AI 경보 격상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당분간 AI 추가 확산을 막는 데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이번 AI 재앙은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계란 값은 30%나 치솟았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계란 가공품에 0%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수입란 운송비의 50%를 지원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계란뿐만 아니라 닭고기, 오리고기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육계(식용 닭) 농가에선 AI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미 병아리 공급 부족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가금류 중장기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장기 대비책을 미리 다듬어야 한다.

우리는 최근 13년 간 아홉 차례나 AI를 겪었다. 그런데도 부실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다. 비슷한 시기에 AI가 발생하고도 100만 마리 살처분에 그친 일본을 배워야 한다. AI가 연례 행사가 되지 않도록 방역매뉴얼부터 새로 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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