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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권의 오랜 악습인 쪽지예산, 부정청탁 소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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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권의 오랜 악습인 쪽지예산, 부정청탁 소지 크다

입력
2016.10.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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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파장이 국회 예산심의로까지 번졌다. 새해 예산심의 막바지에 늘 논란이 되는 국회의원들의 ‘쪽지예산’ 민원이 김영란법상 부정청탁 금지조항 위반인지 여부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입법부와 행정부 간 힘 겨루기 양상도 벌어지고 있다.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자 여야는 예산을 마음대로 하려는 정부의 계산이라고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섰다.

쟁점은 김영란법이 금지대상으로 명시한 14개 중 8번째 유형이다. 법령을 위반해 개인이나 단체, 법인에 교부금 보조금 등을 배정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행위다. 기재부는 국회 관련 상임위나 예결특위 등 공식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쪽지예산 요구는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김영란법에는 처음 부정청탁을 받으면 상대방에게 부정청탁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거절한 뒤 2회 이상 반복되면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도록 돼 있는 만큼 기재부는 이 절차도 그대로 따른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기재부의 유권해석과 방침을 놓고 재정당국의 ‘밀실 예산 편성’행태가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 정치권의 거센 반발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은 선출공직자인 국회의원이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민원을 전하는 행위는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영란법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쪽지예산이 의원 개인의 특정이익과 관련되지 않고 공익성이 인정된다면 부정청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같은 국민권익위의 해석은 애매한 구석이 있다. 공익목적의 쪽지예산이라도 해당 국회의원의 차기 선거용 치적 등으로 활용되어 왔다는 점에 비춰 의원 개인의 사적 이익과 분리하기 어려운 탓이다.

쪽지예산은 소외 지역에 꼭 필요한 예산을 마련해 주는 통로가 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힘센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선심성 예산을 끌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새해 예산처리가 끝난 뒤 으레 여야 실세들이 확보해 간 예산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지역구에서 이를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했다. 어느 지역에 정말 필요한 예산이라면 기재부의 예산안 마련과정과 관련 상임위 및 예결특위를 거치면서 객관적 우선순위에 따라 반영되게 하는 게 옳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 없이 막판에 물밑에서 권력의 입김이나 거래에 의해 춤추는 쪽지예산으로 피 같은 세금 배정이 결정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김영란법이 오랜 악습인 쪽지예산을 없애는 데도 기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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