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린킨파크’ 마이크 시노다
동료 베닝턴 사망으로 활동 중단
내달 인천 펜타포트서 솔로 컴백
동고동락하던 친구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볕이 유난히도 뜨거웠던 7월 날아든 비보였다. 사내는 예정된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바다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은” 충격에 다시 마이크를 잡을 수 있을지조차 두려웠다.
절망의 터널을 지나자 “음악으로 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고통과 침묵, 이 순간이 단층처럼 쌓이면서 문득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나 그리고 음악을 대하는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변하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그러고 나서 영영 발을 디디지 못할 줄 알았던 녹음실로 향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앨범이 ‘포스트 트라우마틱(Post Traumatic)’이다. 미국 유명 록밴드 린킨파크의 래퍼이자 팀 내 창작의 핵이었던 마이크 시노다(41)가 17일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로 들려준 신작 작업 과정이다. 그의 솔로 앨범 발매는 처음이다.
시노다가 동료였던 체스터 베닝턴을 떠나 보낸 후 1년 동안 겪은 여정은 신작과 궤를 같이 한다. 앨범은 시노다의 친구들이 보낸 위로 메시지로 시작한다. 시노다는 “설 다리를 잃은 것”(1번 곡 ‘플레이스 투 스타트’)같은 절망에서 “선을 넘어” (8번 곡 ‘크로싱 어 라인’) 앞을 내다보려 한다. 시노다는 “정신적으로 큰 슬픔을 겪으며 그 충격에서 벗어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앨범 제목도 정신적 충격(Traumatic)이 아닌 고통 그 후로 지었다. 시노다는 록과 팝 음악을 절묘하게 버무린 친숙한 멜로디에 나지막한 랩으로 희망을 띄운다.
시노다는 다음달 1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릴 ‘2018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공연한다. 베닝턴 사망 후 린킨파크 활동을 중단한 뒤 홀로 무대에 서는 첫 자리다.
시노다에게 한국은 각별하다. 린킨파크 DJ인 조 한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시노다는 “한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대학을 다녔고 그곳에서 조 한을 만나 오랜 시간을 보냈다”며 “그래서 한국은 내게 익숙한 곳”이라고 했다.
20일은 베닝턴의 1주기다. 시노다는 “항상 베닝턴을 추억한다”고 했다. 린킨파크는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많았다. ‘넘’ ‘인 디 엔드’ ‘크롤링’ 등 록과 힙합을 접목한 히트곡을 바탕으로 한국 공연도 세 번이나 했다.
다시 린킨파크를 볼 수 있을까. 시노다는 “멤버들과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만 음악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며 “아직 (활동 재개는) 정해진 게 없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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