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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판의 독립성 공정성 해치는 제도와 관행 일체를 타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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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판의 독립성 공정성 해치는 제도와 관행 일체를 타파하라

입력
2018.01.23 19: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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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결과 후폭풍이 거세다. 판사들은 법원행정처와 청와대 간 은밀한 연계를 사법부 독립을 뿌리째 뒤흔든 행위로 보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정책과 사법행정에 비판적 판사들과 내부 모임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한 것도 사찰에 버금간다는 인식이 대세다. 추가조사위 활동의 적법성과 결과에 대한 평가를 놓고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재판 업무에 매진해야 할 판사들이 자괴감에 휩싸이고, 법원행정처 출신들과 일반 판사들이 대립하면서 평상심을 잃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사태 해결 방안과 조직 안정이 절실하지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3일 “일이 엄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료들도 잘 살펴보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은 다음 신중하게 입장을 정해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추가조사위 활동을 결정한 당사자로서의 번민을 내비친 것이다. 그의 선택에 따라 향후 파장의 방향과 강도가 달라지는 만큼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심모원려(深謀遠慮)의 시간을 길게 끌 수 없는 게 사법부의 현재 사정이다. 사법부 내부가 사분오열돼 들끓고 있지만 그럴수록 삼권분립의 헌법 가치를 보호하고,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제도와 관행을 배격한다는 원칙에 충실해야만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열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법원행정처의 권한과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법무부의 탈 검찰화처럼 판사 대신 사법행정 전문가를 배치해 일선 재판부와의 고리를 끊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법부 내 일부 반발과 희생이 뒤따를 수 있으나 대의 앞에서 빛이 바랠 것이다.

추가조사위 발표에 따르면 공개된 문건 외에 블랙리스트 관련 키워드로 찾아낸 파일이 760개에 달한다. 의혹의 중심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PC는 법원행정처의 거부로 들여다보지도 못했는데도 이 정도다. 사안의 실체가 공개된 내용보다 훨씬 깊고 광범위할 개연성이 크다. 김 대법원장이 과감하게 이 문제에 메스를 대지 못한다면 사법부는 검찰이 해결사로 나서는 최악의 사태를 상정해야만 한다. 양 전 원장과 전직 법원행정처 간부들이 고발된 사건에서 이들의 직권남용 혐의 규명을 위해 검찰이 PC 압수수색 같은 강제 수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양 전 원장과 전직 법원행정처 간부들 역시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사안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 협력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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