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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 재배의 최적지… “가공산업도 키워 1000억 매출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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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 재배의 최적지… “가공산업도 키워 1000억 매출 올려요”

입력
2017.07.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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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묘목 심으며 육성 시작

와인ㆍ막걸리ㆍ김 등 가공제품

잇따라 성공해 ‘브랜드 파워’

동남아 수출 시장 확대도 기대

한 농민이 수확한 문경 오미자를 키로 쳐 이물질을 제거하고 있다. 문경시 제공
한 농민이 수확한 문경 오미자를 키로 쳐 이물질을 제거하고 있다. 문경시 제공
농민들이 발갛게 잘 익은 오미자를 수확하고 있다. 문경시 제공
농민들이 발갛게 잘 익은 오미자를 수확하고 있다. 문경시 제공
관광객들이 지난해 열린 문경 오미자축제장에서 오미자청 등 오미자 관련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문경시 제공
관광객들이 지난해 열린 문경 오미자축제장에서 오미자청 등 오미자 관련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문경시 제공

지난 주말 경북 문경시 문경읍 문경새재 입구. 진입로 옆 기념품 가게에 투명한 아크릴 통 안에 하얀 설탕에 잰 빨간 오미자와 분홍빛으로 고인 오미자 엑기스가 오미자의 도시 문경이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오미자 막걸리, 오미자 빵, 오미자 와인, 오미자 차 등 그야말로 오미자 천지다.

승용차로 40여 분을 달려 문경시 동쪽 백두대간 황장산 남쪽 동로면에 들어서자 발갛게 잘 익은 오미자를 매달아 놓은 문경오미자특구 조형물이 반겼다. 산기슭은 물론 도로변에도 무성한 오미자넝쿨 아래 파란 오미자가 머루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한 농민은 “최근 1, 2년간 과잉생산에다 경쟁작물 때문에 좀 고전을 했는데, 아로니아를 찾던 사람들이 다시 오미자로 돌아오고 있어 올해는 가격이 괜찮을 것 같다”며 “심한 천식으로 고생하던 사람이 매일 오미자차를 연하게 태워 먹더니 3년 만에 다 나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미자는 몸에 좋다”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기쁜 소식을 들려준다는 경북 문경(聞慶)시. 문경새재와 함께 ‘문경오미자’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단맛 신맛 짠맛 쓴맛 매운맛 5가지 맛을 낸다는 오미자는 천식 등 주로 호흡기를 다스리는 한약재로 쓰였지만, 요즘은 오미자차, 막걸리, 와인, 빵에 이어 스타벅스 계절상품으로 진출할 정도로 우리생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문경에서 재배역사가 불과 20년 남짓에 불과하지만, 침체한 폐광촌을 부흥시킨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문경오미자는 1990년대 중반 관광산업 육성과 함께 신소득작물 시범사업으로 묘목을 심으면서 시작했다. 1995년 13명으로 작목반을 구성했고, 이듬해 4㏊의 농경지에 처음으로 심었다. 해발 300~400m의 산간기슭이 많은 문경 지역은 물 빠짐이 좋고 비교적 선선한 곳에서 잘 자라는 오미자 재배의 최적지다.

2005년 전국 생산량 1위(40%)에 이어 최근 생오미자와 가공산업을 합쳐 1,0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특히 문경 오미자는 국내에서 생산자가 가격결정권을 쥐고 있는 유일한 농작물로 주목 받고 있다. 매년 8월 작황과 재고 동향을 파악해 소비자가격 및 수매가를 결정한다. 브랜드 파워가 약한 다른 지자체에선 문경오미자보다 1㎏당 1,000~2,000원 정도 낮게 거래된다. “가장 유망한 산업”을 뒤쫓기보다는 “문경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산업”을 찾아낸 것이 결정적이었다.

전국 유일의 오미자산업특구, 공동브랜드 ‘레디엠’ 상표 등록, 지리적 표시 특산물, 지리적 단체 표장 등록, 오미자 가공 및 재배연구소 설립ㆍ운영 등 문경시의 체계적인 육성책이 성공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최근 문경오미자는 생오미자보다 가공산업 비중이 더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55개 오미자 가공업체의 연매출 총액은 500억 원을 돌파했다. 경북도 우체국쇼핑몰 김 부문 매출 1위 문경오미자 김, 2012년 핵안보 정상회의 만찬주와 2015년 세계물포럼 환영리셉션 만찬주로 채택된 오미자와인 ‘오미로제’ 등의 히트상품도 배출했다.

특히 ‘문경오미자피지오’는 지난해부터 세계적 커피업체인 스타벅스에서 계절상품으로 개발, 히트를 치고 있다. 지난해 스타벅스는 문경오미자 피지오를 전국 890개 매장에 출시해 여름 한철에만 50만 잔(28억원) 이상 팔았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구입한 문경오미자는 37톤. 올해는 오미자 청 50톤, 오미자 착즙 12톤 등 생오미자로 환산하면 100톤이 넘는다.

이 같은 노력으로 문경지역에서 오미자 하나로 억대의 소득을 올리는 농가만 40가구가 넘는다.

이우식 문경농업기술센터 과장은 “1996년 당시 산간지역인 문경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소득원을 찾다가 오미자를 발견해 농가에 보급했다”며 “유휴지를 활용할 수 있고 일손이 적게 들어 고령인구가 많은 문경이 최적지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말레이시아로 수출을 시작했고, 문경오미자밸리 영농조합의 최대 오미자 종합처리장이 올 연말 준공하면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으로 수출시장이 넓어지고 금액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경오미자 억대 농업인 주상대(60)씨는 “초기엔 판로확보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요즘은 다른 지역 농민들이 찾아와 자꾸 물어보고 있어 귀찮을 정도”라며 “소비자들이 항상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오미자 생산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문경오미자는 과잉생산이라는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문경시 등에 따르면 전국 오미자 재배 면적은 지난해 연말 기준 25개 지자체에서 3,122㏊에 이른다. 문경이 920㏊로 여전히 1위이지만 전북 장수군 318㏊, 경남 거창군 300㏊, 경북 상주시 170㏊ 등 충청 강원 등 기후가 비슷한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육성하고 있다.

문경시는 단순한 생산량 확대정책을 중단하고 생산성 향상과 6차 산업 등 고부가가치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2011년부터 해 온 오미자 묘목 신규식재 지원사업을 중단하고 올해부터 재배형태 개선을 통한 품질 및 생산성 향상사업에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내년 말까지 67억 원을 들여 바이오테라피산업기반구축사업을 완료한 뒤 오미자와 사과 등 천연물을 활용한 기능성 바이오테라피 기술 및 제품을 개발해 관내 농가와 가공업체에 기술을 이전한다는 복안이다.

고윤환 문경시장은 “문경 오미자 명성은 농가의 열정과 농민들의 노력의 결과 물에 행정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다양한 판로 개척과 소비저변을 확대하고 건강기능식품 향장제품 의약품 식품첨가제 등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향후 10년 내 문경오미자 2,000억원 시대를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추종호기자 choo@hankookilbo.com

문경오미자로 만든 와인.
문경오미자로 만든 와인.
문경오미자 막걸리.
문경오미자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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