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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대 보호 사각지대인 미취학 아동에 공적 안전망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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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대 보호 사각지대인 미취학 아동에 공적 안전망 넓혀야

입력
2018.01.02 19:3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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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아버지 손에 주검이 버려진 다섯 살 고준희양과 만취한 엄마의 담뱃불로 숨진 어린 삼 남매 소식이 많은 부모들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준희양은 숨지기 전 아버지와 동거녀에게 폭행을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삼 남매의 친모는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해 방화 의심을 거두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아이들을 방치한 것만은 분명하다.

준희양은 사회의 관심에서 단절된 상태였다. 어린이집 교사가 마지막으로 목격하고 한 달쯤 뒤 숨졌다. 그 후 7개월 지나 아버지와 동거녀가 거짓 실종신고를 할 때까지 아이가 사라진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부와 지자체, 어린이집 어느 누구의 손길도 미치지 않았다. 광주 삼 남매도 아동보호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친모는 화재 당시 술에 취해 있었고, 아빠라는 사람은 아이들을 빈집에 팽개치고 PC방을 전전했다.

2015년 ‘인천 맨발 소녀 탈출 사건’과 2016년 ‘평택 원영이 사건’ 이후 정부는 아동학대 대책을 줄줄이 내놨다. 취학예정인 아이나 취학아동이 학교에 일정 기간 이상 결석할 경우 당국의 관리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인 영ㆍ유아에는 이런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는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도 아이가 이유 없이 결석하면 교직원이 가정방문을 하도록 돼 있지만 강제력이 없는 매뉴얼일 뿐이다. 의무교육도 아니어서 부모가 다른 사정을 핑계로 아이를 보내지 않아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 영ㆍ유아 건강검진, 예방접종 기록 등을 통해 아동학대 의심사례를 찾아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무용지물이다.

미취학 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소홀한 사이 학대 피해의 가장 큰 대상은 영ㆍ유아가 되고 있다. 2016년 18세 미만 아동학대 신고사례 중 0~5세 영ㆍ유아 피해자가 21.4%다. 의사표현이 어렵고 학대 사실이 외부로 잘 알려지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ㆍ유아 피해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만 5세 이하 아동에도 공적 안전망을 펼쳐 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예방접종, 건강검진,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영ㆍ유아 가정에 대해 상시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시스템을 만든다고 아동학대가 저절로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전근대 가부장적 사고부터 달라져야 한다. 자격이 없는 부모의 경우 양육권을 박탈하고 대신 아이들을 키워 줄 수 있는 ‘사회적 양육’도 고려해야 한다. 아이에 대한 학대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는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모두가 관심을 갖는 게 근본적 해결책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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