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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보는 동화로 시각장애아 동심 지켜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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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보는 동화로 시각장애아 동심 지켜줄래요

입력
2014.11.2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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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거친 천, 새는 깃털 느낌 강조

비구름 속엔 구슬 넣어 빗소리 살려

"도서관에도 점자 그림책 많아지길"

바느질 작가 박귀선씨가 19일 경기 양주시 꼼지맘 작업실에서 손바느질 점자동화책 ‘아기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꼼지’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바느질을 한다’는 뜻에서 따왔다.
바느질 작가 박귀선씨가 19일 경기 양주시 꼼지맘 작업실에서 손바느질 점자동화책 ‘아기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꼼지’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바느질을 한다’는 뜻에서 따왔다.

“앞을 못 보는 어린이들에게도 그림책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꼼지맘’으로 온라인에서 탄탄한 주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바느질 작가’ 박귀선(41)씨가 시각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점자 바느질 그림책’을 만들고 있어 화제다.

박 작가는 지난해 여름부터 바느질 점자 생활책 ‘혼자서도 잘해요’를 제작 중이다. 단추 잠그기, 지퍼 여닫기, 신발끈 묶기 등 일상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어려운 행동을 책을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점자와 함께 구성했다. 내년 초까지 300권을 제작, 전국 11곳 맹학교는 물론, 개인들도 받아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300만원 가량의 제작비는 크라우드펀딩(창업 초기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초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통해 조달 중이다. 이달 초부터 100만원 가량이 모였다.

2002년 첫아이 태교를 위해 손바느질을 시작, 첫 돌 때 돌잔치 대신 성장일기 형태의 ‘손바느질 돌 책’을 만든 것이 바느질 작가로 입문하게 된 계기였다. 2006년에는 시각장애아들이 보는 그림책이 없다는 것을 알고 한 시민단체와 함께 점자 기부책을 만드는데 재능기부로 동참했다. 하지만 시행착오만을 거듭한 끝에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2009년 장애아를 둔 학부형의 간곡한 부탁으로 다시 한번 손바느질 점자 책 제작에 나섰다. 1년 2개월 동안 20권의 점자그림책 ‘아기새’를 만들어 전국 맹학교 11곳에 기증하는 성과를 냈다. 다른 형제들 보다 성장속도가 느렸던 한 막내 아기새가 온갖 두려움을 이겨내고 힘차게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내용인데, 동화작가인 남편 김영태씨가 줄거리를 구성했다.

“시각장애아를 위한 손바느질 책을 만든다는 소문이 나자 블로그와 SNS를 통해 재능기부로 동참하겠다는 신청이 많았어요. 2년 정도 걸릴 걸로 예상했는데 그 분들 때문에 제작기간이 크게 줄었죠.”

사실 손바느질만으로 책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바탕 천에 그림을 하나하나 손바느질로 떠 넣어야 하고, 옆 쪽에는 그림을 설명해 주는 점자를 새겨야 한다. 그래서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같은 규모가 큰 유명 이야기는 엄두를 낼 수가 없다. 무엇보다 촉감이 중요하므로 바느질 소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나무는 거친 천을 사용해야 하고 새는 푹신한 깃털 느낌을 강조해야 한다. 비구름 속에는 작은 구슬을 넣어 비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나도록 했다. 물론, 책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에서 시각장애아 전문 지도교사들에게 검수 절차를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혼자서도 잘해요’가 끝나면 손바느질 점자 동화책 ‘아기 고래 밍키’를 제작할 예정이다. 역시 줄거리는 남편이 담당했다. “동네 작은 도서관에도 우리 아이들과 시각장애아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점차 그림책이 많아질 때까지 바느질을 계속하겠습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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