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자연분만을 강요하는 시아버지가 등장하자 시청자들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결혼한 여성이 겪고 있는 고충을 전하는 관찰 프로그램이다. 12일 첫 방송부터 이 방송에는 희생을 강요하는 시부모의 행동 때문에 고통을 겪는 며느리들이 등장했다. 네티즌들은 “자극적인 ‘시월드’ 얘기로 피로감이 쌓인다”는 반응이다.
특히 19일 3회 방송이 전파를 타면서 시청자들의 비판이 거세졌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개그맨 김재욱씨와 그의 아내 박세미씨는 둘째 아이를 가진 상태다. 이날 부부는 출산을 앞두고 검진을 위해 산부인과를 찾았다. 산부인과 의사는 “첫째 출산때 제왕절개를 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둘째 출산때도 수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씨는 “제왕절개 해야 한다는 확인서를 떼달라”고 부탁했다. 의사는 깜짝 놀라며 이유를 물었고, 김씨는 “아버지가 자연분만을 자꾸 권유한다”고 답했다. 의사는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위해서 수술을 권했다.
방송에 따르면 김씨의 아버지는 며느리 박씨에게 “자연분만으로 출산하면 아이의 아이큐가 2% 정도 좋아진다”며 자연분만을 권유했다. 아버지의 강경한 태도에 김씨는 “한두 시간만 힘을 써보고 안 되면 그때는 제왕절개 해도 되는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씨는 난색을 표했지만, 시아버지의 자연분만 권유는 계속됐다.
방송이 나간 후 온라인에서는 비난이 폭주했다. 김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는 항의성 댓글만 1,000개가 훌쩍 넘었다. 한 네티즌은 “사람이 위험하다는데 자연분만을 권유하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고 썼다.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산모가 겪는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부모와 남편 김씨에게 불만을 드러냈다.
출산을 경험한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에 피로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은영(30)씨는 “주변에서 저런 경우를 보지 못해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요즘 저런 시댁이 있으면 문제가 큰데 프로그램이 너무 자극적”이라고 말했다 박모(31)씨는 “며느리 생각은 하지 않는 폭력적인 프로그램이고, 과연 시아버지가 자신의 딸에게도 똑같이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의 황소연 활동가는 “프로그램 의도를 살펴봤을 때 며느리들이 얼마나 수동적으로 생활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논란이 된 장면의 경우 여성의 건강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방송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논란에도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6월 개편에 맞춰 정규 편성될 예정이다. 프로그램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초 3회 파일럿으로 제작됐지만, 화제가 되면서 정규 편성됐다. 정규 편성 때는 파일럿 방영 동안 발견된 문제점들을 수정해 방송될 예정이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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