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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기고] 4대강과 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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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기고] 4대강과 탈원전

입력
2017.11.3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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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시절 대한민국을 온통 토목공화국으로 만든 4대강의 광풍이 지나가자 이번 정권에서는 탈원전 광풍이 몰아친다. 공론화위원회의 신고리 3, 4호기 건설재개 최종 권고안이 발표됐지만 지속적인 탈원전의 꼬리표도 함께 남겨둠으로써 원자력을 둘러싼 혼란은 계속 진행형이다. 지난해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직접손실액 5조6,000억원을 결국 손실 처리했다. 올해 수자원공사는 4대강 재자연화 작업을 해야 하고 여기에는 또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다 한다. 건실한 공기업 하나가 이렇게 멍들어가지만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으니 참 편한 정책결정이다. 공기업의 적자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민의 부채가 골고루 늘어난다는 얘기다. 잘못된 결정에 국민들만 골병이 든다. 귀중하게 쓰여야 할 국민의 세금이 새고 있다.

4대강으로 엄청난 세금이 새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우리나라 최대 공기업 한전에서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만 4,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한 한전이 어떻게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게 됐을까? 지난해의 흑자에는 아랍에미리트의 뜨거운 사막에서 젊은이들이 고생해 벌어온 외화가 상당부분 차지했다. 열사의 땅은 피와 땀을 바쳐야 오일머니를 내어준다.

하지만 올해는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량이 줄어들면서 LNG에 의한 발전이 불가피했고, 이로 인해 엄청난 적자가 생겼다는 게 표면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단순히 LNG 수입에 의해서만은 아니다. 불편한 진실은 또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발전을 확대할수록 한전의 적자는 늘어난다. 판매단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전기를 사서 20% 수준에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여름 원자력과 석탄에 의한 발전을 줄이면서 예비율도 동시에 줄어들자 대규모로 전기를 사용하는 공장들의 가동 중단을 유도했고, 공장의 손실을 한전이 현금으로 보전해줬다.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량을 줄였음에도 전력대란이 발생하지 않은 이면에는 수요조정을 통한 예비율 확보라는 꼼수가 있었고, 이는 모두 한전의 적자로 돌아왔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손실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 심지어 이런 잘못된 의사결정 과정의 심각성도 중요하게 다뤄지지도 않는다. 아직 탈원전은 본격화되지도 않았다. 만일 공론화위가 정부에 권고한 탈원전이 실제 일어난다면 한전은 올해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야 할 것이며, 그 적자 폭은 점점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두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부채로 돌아갈 것이다.

오늘도 이곳 고리지역의 원전 6기 중 3기는 정지 중이다. 돌아가지 않는 원전에 마음 졸이는 이도 없다. 아무도 전문가 의견을 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세태 속에 사소한 문제로도 원자력발전소는 장기간 정지된다. 부쩍 심해진 비전문가들의 설익은 정책적 개입이 이 땅의 전력산업을 황폐화시킨다. 탈원전이 현 정부가 벌이는 또 하나의 4대강 정책이 되지 않기만을 두 손 모아 기원하는 것이다.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정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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