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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울대 위에 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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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울대 위에 선다는 것

입력
2015.05.3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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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에 납을 입혀 경찰대학 신체검사를 받은 선배가 있다. 집안 형편 때문에 학비 없는 대학엘 가야 했고, 고심 끝에 고른 게 당시 갓 개교한 경찰대였다. 문제는 필기시험이 아니라 응시 기준에 못 미치는 체중. 한 친구가 농담처럼 ‘납 속옷’을 권했고, 절박했던 그는 그 제안을 진지하게 수용했다.

옷감 안 타게, 눌은 자국 안 드러나게, 입어서 표 안 게 납을 입히느라 망친 속옷이 한 다스는 될 거라고 했고, “들키면 끝장이라는 걱정에, 없던 살도 빠질 지경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들켰고, 저울대에 서보지도 못하고 쫓겨나야 했다. “빤스 고무줄 때문”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목재의 무게는 수종과 목질 별로 천차만별이다. 같은 수종ㆍ같은 목질이어도 함수율, 즉 마른 정도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 그래서 좋은 목재의 가격은 수종ㆍ목질별 단가에 맞춰 무게가 아닌 수량이나 부피로 산정된다. 다만 땔감은 대개 무게 단위여서 덜 마른 나무일수록 판매자에게 유리하다.

지난 달 29일, 판아메리카고속도로의 니카라과 마나과 검문소 앞. 그는 곧 저울 위에 서야 한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마나과=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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