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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역시 편법 승계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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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역시 편법 승계 꼼수?

입력
2014.08.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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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47개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어제 공개했다.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전체 내부거래 규모는 전년에 비해 다소 줄었다. 하지만 10대 그룹의 경우 오히려 3조원 이상 늘어 역대 최대(140조)를 기록했다. 비상장계열사를 통한 내부거래가 증가한 탓이다. 기업별로 보면 SK가 가장 많았고, LG, 포스코, KT 등도 내부거래 금액이 전년에 비해 늘었다.

눈길을 끄는 건 10대 그룹의 경우 총수 일가, 특히 총수 2세의 지분율이 높을 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한 점이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미만일 때는 내부거래 비중은 13.71%에 그친 반면 50% 이상에서는 무려 42.11%에 달했다. 총수 2세 지분율이 50% 이상일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55%로 치솟았다. 한마디로 매출의 절반 이상을 그룹 계열사로부터 얻는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영권 승계 및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다.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모두 일감 몰아주기로 치부할 순 없다. 계열사 간 수직 계열화를 통해 경영합리화와 비용절감을 추구하는 건 기업으로서 당연하다. 하지만 총수 및 2세 지분율과 내부거래비율 사이의 높은 상관관계는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를 의식해 지난해 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은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자제하고 중소기업에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시늉에 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 2월 대주주 일가 지분이 30%를 넘는 상장사(비상장사 20%)의 내부거래를 규제하는 개정 공정거래법의 발효에 앞서 상당수 기업들이 미리 선수를 쳤다. 내부거래 자체를 줄이기보다 계열사 간 합병ㆍ사업조정을 통해 내부거래 비중 및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을 낮추는 편법이었다.

공정위는 최근 그룹 계열사가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몰아줄 경우 해당 법인 뿐 아니라 총수 일가도 검찰에 고발키로 하고, 관련 지침을 개정했다. 회사가 유리한 조건으로 총수 일가에 부당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 부당성의 정도, 위반액, 총수일가의 지분보유 비율 정도를 고려해 고발하는 세부 평가 기준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신설된 기준 역시 모호해 지침 개정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잇따른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세부 고발 기준 마련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 질서의 감시자로서 빈틈 없는 기준과 함께 이를 철저히 집행하고 실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공정위가 보여줘야 한다. 최경환 경제팀이 추진하는 경제활성화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질서 확립과 맞물릴 때 비로소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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