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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 달콤한 동료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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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 달콤한 동료애죠!”

입력
2018.05.12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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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이민주, 연극배우 최우정 부부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 배우 부부답게 평범한 가족 사진도 연극의 한 장면 같다. 아이들도 재능을 물려받은 듯 표정이 풍성하다.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 배우 부부답게 평범한 가족 사진도 연극의 한 장면 같다. 아이들도 재능을 물려받은 듯 표정이 풍성하다.
연기에 몰입하고 있는 최우정씨. 이민주씨는 연기하는 모습에 반해 최씨와 결혼을 결심했다.
연기에 몰입하고 있는 최우정씨. 이민주씨는 연기하는 모습에 반해 최씨와 결혼을 결심했다.
뮤지컬배우 이민주. 딤프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이다.
뮤지컬배우 이민주. 딤프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이다.

“우리 부부에겐 무표정도 표정이에요. 말 안 해도 통하는 게 많거든요.”

최우정(38)ㆍ이민주(35) 부부는 대구에서 유일한 연극ㆍ뮤지컬 배우 커플이다. 연극인 커플은 많지만 연극 배우와 뮤지컬 배우 조합은 전무하다. 두 사람은 “연극과 뮤지컬이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같은 장르였다면 너무 겹치기 때문에 보이는 것도 많고 지적도 많이 할 텐데, 분야가 다르다 보니 자기 분야에서는 미처 자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서로 조언해줍니다. 무대에 선다는 공통분모와 각자의 전문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셈이지요.”

부부는 서로를 존경한다. 처음부터 그랬다. 2013년 최씨는 지금의 아내에게 데이트를 신청할 때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너무 감동스럽다. 당신을 알아가고 싶다”고 고백했다. 이씨는 “그저 뜬금없는 소리로 들렸다”고 했다. 같은 작품을 하긴 했지만 아직 최씨의 진면목을 보기 전이었다. 마음이 바뀐 것은 최씨의 연기를 보고 난 후였다.

“너무 연기를 잘하더라고요. 저렇게 어마어마한 사람이 나한테 대시를 한 거야? 마뜩잖은 표정을 지었던 게 너무 너무 미안해졌죠.”

서로 ‘모시고 살겠다’는 마음으로 결혼에 골인했다. 두 사람은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부가 한 해에 소화하는 작품은 5편 내외, 그 중 1~2편은 부부가 같은 무대에 선다. 현재는 ‘반딧불’이라는 뮤지컬 작품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남편이 소속된 대구시립극단에서 기획한 창작뮤지컬 작품에 아내가 오디션을 보고 참가했다. ‘반딧불’은 1940년 대구사범대학에서 일어난 항일운동을 소재로 만든 작품으로 그들이 펴낸 잡지 이름에서 제목을 따왔다. 같은 작품을 할 때는 연극 시간이 겹쳐서 여유가 있는 편이다. 최씨는 “각자 연습에 들어가면 공장 교대조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작품 연습과 함께 두 자녀를 돌봐야 하는 까닭이다.

“7시에 기상해서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각자 연습에 들어가죠. 대개 저는 오전에 연습이 잡히고 아내는 저녁 연습이 많은데, 교대로 아이들을 보는 거죠.”

이씨는 “전쟁터 같은 아침이지만, 오히려 재밌다. 하루하루가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고백했다. 말이 잘 통하는 남편 덕분이다.

“오늘도 같이 차를 타고 오면서 극중 캐릭터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어요.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바쁜 듯 여유로운 것 같아요. 남편과 제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했다면 아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뭔지 설명하는데 시간이 다 가버릴 것 같아요. 한 마디만 해도 벌써 뉘앙스까지 이해해주니까, 짬짬이 즐기는 데이트가 말 그대로 꿀맛이죠.”

정 바쁘면 찬스를 쓴다. 찬스는 두 가지다. 처갓집 찬스와 이모 찬스. 대구 칠곡에 있는 처갓집에 아이들을 맡기거나, 조카들이라고 하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오는 이모들에게 아이들을 부탁한다. 이모 찬스는 대부분 부부가 오붓한 데이트를 즐길 때 활용한다. 주로 영화를 본다. 그렇게 ‘연애감정’을 재충전한다.

또 하나의 비결은 ‘표현하기’다. 두 사람 모두 배우답게 작은 감동이라도 느껴지면 즉시 표현한다. 이 대목에서는 아내가 더 명배우다.

“기분이 좋으면 좋다. 행복하면 행복하다.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바로 표현을 해요. 그러면 행복이 몇 배로 커집니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둘째 임신 소식을 접한 이후였다. 아내보다 남편이 더 힘들었다. 책임감 때문이었다. 한 순간에 마음을 바꾼 계기나 대화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한결 같은 아내의 태도가 부담을 서서히 줄여주었다. 최씨는 “배우라는 직업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아내가 그것 때문에 불평한 적은 없다”면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아내 역시 남편이 고맙다. “남편이 너무 열심히 하고 있고, 그래서 늘 희망적”이라면서 “눈앞의 난관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객석에 앉아서 남편을 보고 있으면 저 남자가 매일 나와 같이 자고 밥 먹고 하하,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맞는가 싶어요. 극중 인물로 완벽하게 변신하거든요. 특히 범죄자나 사이코패스 역할을 하면 너무 겁나요. 하정우가 맡았던 ‘추적자’ 역할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2016년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 권기옥의 일대기를 다른 뮤지컬을 할 때였다. 아내는 주연을 맡았고, 남편은 권기옥을 고문하는 형사 역할로 열연했다. “실제로 남편이 무섭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반했다. ‘이렇게 멋있는 배우가 내 남편이라니!’하면서.

“누가 보기엔 바쁘기만 하고 경제적으로는 실속 없는 삶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누구에게나 정해진 만큼의 고생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부부는 그걸 먼저 겪는 거겠죠. 남편과 저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언젠가 우뚝 올라설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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