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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쓴소리 마다않는 소장파 실종… 초재선들 이 눈치 저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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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쓴소리 마다않는 소장파 실종… 초재선들 이 눈치 저 눈치

입력
2015.06.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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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남ㆍ원ㆍ정' 그룹 등 쇄신파

정국 격랑 일 때마다 방향타 역할

與 160명 의원 중 초재선 78%

당내 갈등 폭발에도 입 다물고 관망

청와대를 등에 업은 친박계의 ‘유승민 찍어내기’로 여당 내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당내 중재세력 역할을 했던 초ㆍ재선 그룹의 역할이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 정국 고비 때마다 방향타 역할을 해온 ‘남ㆍ원ㆍ정’(남경필ㆍ원희룡ㆍ정병국) 그룹 같은 소장파의 명맥이 끊어진 뒤로 여권의 계파갈등이 매번 극한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새누리당 의원의 80%에 달하면서도 거부권 정국을 관망만 하고 있는 초ㆍ재선 의원 그룹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고 있다.

과거 정국 고비마다 ‘방향타’ 역할해 온 소장파

과거 새누리당에서 소장파 모임은 정국의 고비마다 ‘방향타’ 역할을 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원내대표가 정국의 중심을 잡았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이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 등 잇단 악재로 2012년 총선 패배의 기운이 감돌던 2011년 말, 이들은 최고위원직 동반사퇴로 당 쇄신을 위한 비상대책위의 동력을 마련했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주류에 경고장을 날려온 것도 소장파다. 정권교체 다음해인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총선 불출마와 2선 후퇴’의 불을 댕긴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두언ㆍ남경필ㆍ정태근 등 원조 쇄신파는 ‘55인 서명 파동’을 주도했다. 이 전 의원의 불출마를 이끌어내진 못했으나 당내 주류에 확실한 견제구를 날린 사건이었다.

남원정이 2004년 당시 한나라당을 쇄신할 새 리더십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밀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박 대통령의 대표 브랜드로 알려진 ‘천막당사’ 역시 남원정의 아이디어였다. 정병국 의원은 “당시 삼고초려 하다시피 박 대통령을 찾아가 전당대회 출마를 권했다”며 “천막당사의 전신인 ‘미니 천막’을 치고 시위를 벌인 것도 남원정”이라고 돌이켰다.

19대 국회선 ‘침묵하는 다수’로 전락

그러나 19대 국회의 새누리당에선 ‘눈 씻고 찾아봐도 소장파가 보이지 않는다’는 자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미래연대(16대)ㆍ수요모임(17대)ㆍ민본21(18대)로 이어졌던 당 쇄신파의 명맥이 끊길 판이다. 새누리당 의원 160명 중 초선이 85명, 재선이 39명으로 전체의 78%나 되지만 ‘침묵하는 다수’로 전락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15년 간 국회에 몸담은 한 보좌관은 “대통령이 여당의 원내대표를 지목해서 ‘심판해야 한다’며 낙인을 찍는 유례없는 사태에도 부당하다고 지적하는 집단이 없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29일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이래 한달 간 사태는 악화일로를 걸었으나, 대다수 비박계는 눈치보기에 급급한 모양새였다. 친박계의 ‘친박 최고위원 동반사퇴’ 시나리오까지 터져 나온 28일 일각에서 재선의원 회동이 추진됐으나 무산됐고 29일에야 의원 20명이 이름을 올린 성명이 나왔다. 이마저도 “의원들의 총의를 묻지 않은 채 최고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론 수준이다. 원인 제공을 한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쏙 빠졌다.

개혁 소장파의 역할 부재는 새누리당의 건강성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지리라는 우려가 많다. 특히 “이러다가는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하고 만다”는 걱정이 적지 않다. 미래연대와 수요모임으로 이어지는 당내 소장파 계보의 주축인 정두언 의원은 “정치생명을 걸고라도 할 말은 하는 게 소장파인데 지금은 그런 집단이 없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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