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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롯데, 기업 사유화의 전형”… 경제 논리보다 원칙론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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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롯데, 기업 사유화의 전형”… 경제 논리보다 원칙론 택했다

입력
2016.09.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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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악영향ㆍ경영 향배 고려보다

1700억 역대 최대 재벌비리 단죄

다른 재벌 수사와의 형평성 감안

김수남 검찰총장 첫 작품도 고려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을 소환 조사한 뒤 6일간 고심 끝에 검찰이 내린 결정은 구속영장 청구였다. 신 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나 롯데 경영권의 향배를 고려하기보다 1,700여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 재벌 비리를 저지른 그룹의 수장을 단죄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 롯데그룹 수사팀 관계자는 26일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의 긍정적ㆍ부정적 요소를 놓고 수사팀과 대검의 실질적 고민과 검토 끝에 (영장 청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20일 신 회장의 검찰 조사를 전후로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구속되면 롯데그룹의 국내 투자가 줄어들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 롯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공동 대표인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의 손에 넘어가 사실상 롯데그룹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간다는 우려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 역시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하지만 검찰은 신 회장에게 적용된 1,700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와 사안의 중대성을 무시하지 못했다. 여타 재벌 수사와의 형평성 문제, 사건처리 기준의 준수를 감안할 수밖에 없었다. 88억원을 횡령하고 100억원대 배임을 저지른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이나 횡령 226억원, 배임 74억원 등 300억원대 범죄를 저지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등이 구속수사를 받고 실형을 선고받은 전례도 참고했다.

무엇보다 롯데를 재벌의 기업 사유화 전형으로 보고, 이를 처벌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회장의 혐의 대부분이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신격호(94) 총괄회장이 2000년대 초반부터 딸 신영자(74) 롯데재단 이사장과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57)씨 등에게는 재산적 이권을, 신 회장과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경쟁을 통해 경영권을 물려주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씨 모녀는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받은 대신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넘겨받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나중에 경영권 승계자에게 팔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이 롯데계열사를 동원해 롯데피에스넷에 400억원대 유상증자를 한 것도 전자금융업에서의 투자 실패를 덮기 위한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특히, 검찰은 지난 10여년간 신 회장의 지시나 묵인 아래 신 총괄회장, 신 전 부회장 등 총수 일가로 1,300여억원이 부당하게 흘러들어간 것에 주목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롯데 사례는) 국내 대기업 사상 가장 큰 회사 이익을 빼돌린 유형”이라며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롯데그룹 수사가 김수남 검찰총장 취임 후 처음 이뤄진 대기업 수사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신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을 경우 ‘재벌을 봐준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 측이 검찰 수사를 눈치 채고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는 등 수사 방해 정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신 회장이 구속되면 롯데케미칼이 원료 수입 과정에 일본 계열사 끼워넣기로 230억원대 ‘통행세’를 지급한 혐의나 국가를 상대로 소송사기를 벌여 270억원대 세금을 환급 받은 혐의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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