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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풍부한 사고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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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풍부한 사고의 원천"

입력
2015.07.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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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 넓혀주고 통찰력 길러줘"

5년째 안동문화원서 '전통음악과 함께하는 동양학 산책' 강의

"한두 구절 고전도 가득 모이면, 우리의 삶을 기름지게 해준다"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동양 고전을 인용하면 아직도 뜬구름 잡는 소리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구름이 많이 모여 비가 내리고 땅 속의 씨앗이 싹을 틔울 수 있게 하는 것처럼 고전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의 안목을 넓혀주고 통찰력을 길러주어 삶을 기름지게 해 준다.” ‘고전 전도사’ 윤용섭(63ㆍ사진)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의 고전 예찬론이다.

서울대법대, 행시 합격 등 엘리트 관료출신인 그가 고전 전도사로 변신했다. 정년을 한참 남겨놓은 2008년 공직에서 물러나 2009년부터 일반인들도 쉽게 동양고전을 이해할 수 있고 친숙해지도록 강의와 저술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공직생활 중에도 유교 불교 도교 및 우리 민족의 풍류사상을 오랫동안 연구했다. 궁중이나 민간상류층에서 주로 즐겼던 시조나 가곡, 가사 등 정가(正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전공자 못지않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고전 해설서로 ‘음악, 마음을 다스리다’, ‘따라 쓰는 논어’, ‘전통음악과 함께하는 동양학산책’ 등을 펴냈다.

그는 요즘도 5년째 안동문화원에서 고전을 강의하는 등 고전의 대중화를 위해 뛰고 있다. 윤 부원장은 “아무래도 고전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처음에 수강생이 처음엔 100명도 넘다가 한두 달만 지나면 20명도 채 남지 않지만,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 고전 읽기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를 만나 오늘날 고전의 의미와 고전과 친숙해지는 방법 등을 들어 보았다.

_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동양고전 강의에 주력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고전은 우리 사고의 뿌리를 형성한다. 산업에서도 금형ㆍ주조 등의 뿌리 산업이 있듯이 사회, 문화, 경제 등도 마찬가지다. 뿌리가 튼튼해야 사고가 풍성해진다. 대중에게 고전이 필요한 이유다.”

_고전은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는 인식이 많다.

“고전은 당대의 문제를 다루거나 시대를 초월하는 질문에 파고들거나, 둘 중의 하나다. 그러나 결국 이 두 가지 모두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통찰하고 영원한 문제를 성현들과 함께 고민한다. 과거라는 옷을 입고 있을 뿐, 옷 속의 육체는 현재와 똑같다. 결코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_고전의 대중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안동문화원에서 5년째 ‘전통음악과 함께하는 동양학 산책’을 강의하고 있다. 역사를 뼈대로 잡고 문학과 철학, 음악을 가미한다. 역사는 ‘이야기’다. 대개 이야기에는 거부감이 없다. 중국과 한국의 역사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백과 두보가 나오면 문학으로 들어가고, 퇴계와 남명을 만나면 철학 강의로 빠져드는 식이다. 안동이 전통 있는 도시라 그런지 호응이 좋다.”

_강의의 목표는.

“공부의 목적이 바로 눈을 바꾸는 것이다. 세계를 보는 눈, 인간을 보는 눈, 현실을 보는 눈, 문화와 경제를 보는 눈. 조금 그럴싸하게 표현하면 세계관, 인간관, 문화관이다. 고전 공부는 안목을 넓혀주고 통찰력을 길러준다. 사회와 문화, 경제 모든 것에 고전이 필요하다.”

_구체적으로 설명을 한다면.

“대구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대구에서 나고 자랐고, 지금도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문화적인 측면을 놓고 이야기하자면 대구 사람들은 예부터 흥이 많고 예술적 감각도 뛰어났다. 국악계 원로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제강점기 전까지만 해도 전라도에서 노래를 배운 사람도 밀양에서 신고식을 하고 대구에서 최종 검증을 받았다고 하더라. 대구 감영에서 귀명창들의 인정을 받아야 드디어 서울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이후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 음악, 미술 할 것 없이 근대 문화에 너무 기울었다. 근대 미술에 근대 음악이 전부다. 지금은 오페라의 도시를 표방한다. 우리 전통의 뿌리가 약한 느낌이다. 동양 고전으로 뿌리를 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_대중이 고전과 더 친숙해지는 방법이 있다면.

“학자들의 노력과 함께 정책적인 배려도 필요하다. 다양한 강사들을 초빙해 고전 강의를 더 활발하게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학교교육도 중요하다. 중고등 학교에서 고전 강의를 강화했으면 한다. 어릴 때 고전을 접해야 어른이 되어서 낯설지 않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에 사고를 한층 깊게 만들어줄 것이다.”

_고전이 어렵다는 사람이 많다. 조언 한마디.

“고전을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 틀린 말은 아니다. 뜬구름이 맞다. 그러나 구름이 많이 모이면 비가 되어 내린다. 빗물이 스며들면 땅에 묻혀있던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뜬구름이 우리 발 밑의 현실이 되는 것이다. 고전도 한 두 구절 아는 것으로는 그저 흘러가는 소리에 불과하지만, 가득 모이면 다른 이야기다. 요컨대, 공부를 하면 할수록 고전이 나와 내가 처한 현실에 관련된 이야기이고, 내 삶을 기름지게 한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김광원 엠플러스한국기자

약력

경북중ㆍ경북고ㆍ서울대법대

행시20회

경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포항부시장

동양고전연구소 이사

한국정가진흥회 회장

경상북도 문화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부설 한국인성교육연수원장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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