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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출판사 첫 책]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단편소설 40’(2012)

입력
2016.07.0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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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자로 근무하다 명예퇴직을 했다. 곧바로 영업자 한 명, 디자이너 한 명과 함께 출판사 살림을 차렸다. 2004년 8월 그 무덥던 날, 출판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생각은 실행에 옮기기 전까지는 뜬구름이다. 생각이 실행에 옮겨졌을 때 비로소 한 송이 꽃이 된다.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을 것이다. 무척 땀을 흘렸다.

좋은 책을 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팔리지 않는 좋은 책은 발행자에게는 좋은 책이 아니다. 더 이상 좋은 책을 낼 여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좋은 책이자 호응을 받는 책이어야 한다.

영업자와 함께 서점에 들렀다. 단편소설 30편을 실은 모음집이 눈에 띄었다. 당시 꽤 인기 있는 책이었다. 문학에 관심이 많았기에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주요 단편소설을 모아놓은 아이디어는 좋았다. 학생들에게는 필독 단편들이었다. 그런데 활자, 편집, 구성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옆에 있던 영업자에게 물었다. 이 책보다 더 짜임새 있고 학생들에게 더 필요한 책을 낸다면 이 책보다 더 잘 팔 수 있겠느냐고.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열심히 잘 하는 영업자였기에 좋은 책, 호응을 받는 책을 만들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해설했다. 소설의 구성 단계인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에 따라 줄거리를 구성했다. 기존에는 없던 방식이었다. 논술 세대에게 생각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지고 예시 답안을 제시했다. 수행 평가에 대한 비중이 컸기 때문에 새로운 해설은 학생들에게 좋은 자료 역할을 했다.

12월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단편소설 40’이 교보문고 광화문 매장에 깔렸다. 저녁 시간에 옆에서 지켜보았다. 10분에 한 권꼴로 팔려나갔다. 겨울 방학 동안에만 이 책 한 권으로 3,000만원을 수금했다. 이후에 비슷한 단편 모음집이 10여종 나왔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책이 단편 분야에서는 방학 때마다 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책이 있었기에 지금의 리베르 출판사와 ㈜리베르스쿨이 있게 되었다. ‘한국단편소설 40’‘한국사를 보다’(문화체육관광부 공모 당선 도서), ‘세계사를 보다’ ‘세계지리를 보다’ 등 보다 시리즈가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검정 심사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을 뿐 아니라 수정 명령제로의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한국사교과서는 교과서 출판사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해주었다.

누군가가 리베르를 두고 망하기 힘든 출판사라고 말했다. 10년이 지나도 독자가 잊지 않는 책들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한 번 보고 잊히는 베스트셀러보다는 두고두고 독자 곁에 있는 스테디셀러를 만들고 싶다. 늘 새롭게 깨어나는 곳, 그래서 늘 신생의 기운이 감도는 곳, 바로 그런 리베르를 만들고 싶다. 리베르(liber)는 자유(liberty)와 지성(library)을 상징한다. 그런 책을 담금질하는 장인의 즐거움을 언제까지고 누리고 싶다.

리베르출판사 박찬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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