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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일본의 요괴 신드롬

입력
2014.08.0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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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요즘 푹 빠져있는 애니메이션 중 ‘요카이(요괴)워치’라는 것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이 요괴를 현실의 세계로 불러낼 수 있는 손목시계(요카이워치)를 손에 넣은 것을 계기로 이런저런 요괴들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해간다는 줄거리로, 우스꽝스러운 요괴 캐릭터들과 초등학생 일상을 반영한 내용으로 어린이의 마음을 끌고 있다.

요카이워치는 지난 해 7월 게임회사 닌텐도가 3DS 게임용 소프트로 선보인 것이 최초이다. 게임 인기에 힘입어 테레비도쿄는 올해 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방송을 내보냈는데, 방송 2회만에 이 방송국의 간판 애니메이션인 포켓몬스터의 시청률을 뛰어넘으며 요카이워치 신드롬을 이끌어냈다.

최근 여름방학을 맞아 아들과 극장판 포켓몬스터를 보기 위해 찾은 영화관에서 겨울방학에 방영될 요카이워치 예고편을 보여줬는데, 영화관에 온 모든 어린이들이 요카이워치의 주제가를 합창하는 것을 보면서 인기를 실감하기도 했다. 지난 달 발매된 닌텐도 3DS 게임용 소프트 두번째 시리즈는 발매 사흘만에 매진, 재판에 들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요카이워치는 게임, 애니메이션에 국한되지 않고 장난감, 문구 시장에도 수많은 파생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나오는 상품마다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언론도 요카이워치 신드롬을 다루는 특집기사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교도통신은 2일 가와사키시의 가전양판점 비쿠카메라에 장난감 제조업체 반다이가 출시한 요카이워치를 본 뜬 손목시계를 구입하기 위해 1,200여명이 줄을 섰다고 소개했다. 한화로 3만5,000원을 호가하는 고가 제품이지만 올 1월 발매된 첫번째 시리즈 제품이 이미 품절된 상태여서 이번에도 금세 매진될 것으로 업체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시중의 게임기에서 요괴를 불러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메달은 현재 300종류에 3,000만여개가 생산됐다. 판매와 동시에 매진이 이어지는 탓에 특히 구입하기 어려운 메달은 인터넷에서 원래 가격의 10배에 거래되기도 한다.

요카이워치 신드롬이 주목받는 것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게임소프트를 만든 레벨 파이브는 어린이들의 고민거리를 철저히 조사, 스토리와 캐릭터를 끄집어 냈다. 게임, TV, 상품 등을 연관시켜 구매 의욕을 자극하는 크로스미디어는 물론,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이른바 원소스멀티유즈를 십분 활용했다. 게임소프트(레벨파이브), 장난감(반다이), 광고(덴쓰) 등 관련 회사 관계자들은 2주에 한번씩 모여 판매전략에 대한 회의를 가진다고 한다.

어린이 소비자의 호기심을 최대한 자극하는 극단적인 마케팅기법도 도입했다. 반다이는 연말까지 메달 1억개를 생산할 예정이지만, 수요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반다이측은 추가생산도 가능하지만 어린이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더욱 자극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산량 조절에 나서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도 세우고 있다.

욘사마 열풍으로 시작된 일본내 한류가 올해 진출 10주년을 맞아 휘청대고 있다. 한국의 드라마와 가수가 일본 지상파 TV화면에서 많이 사라졌고, 도쿄의 한인타운이 밀집한 신오쿠보의 상권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한류를 담당하는 업체들은 한일 양국관계가 급속히 나빠지면서 일본에서 한류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줄어들고 있고, 매스컴에 노출이 적게 되면서 한류관련 상품의 판매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논리를 펼친다.

얼핏 이해가 가는 대목도 있지만 전적으로 수긍하기는 어렵다. 한류는 운에 기댄 측면이 많지만, 사후관리에 소홀히 한 것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된 탓이 크기 때문이다. 한류를 팔기 위해 우리 업체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앞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 지를 일본 업체들이 요카이워치 신드롬을 만들어내는 노하우에서 한 수 배우는 것은 어떨까.

한창만 도쿄 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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