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노화는 ‘리소좀’ 기능저하 때문
리소좀 기능 제어 약물 발굴
노화세포 기능회복 입증
노화 동물 상처회복 촉진
“노화는 비가역적” 인식 바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 연구팀이 노화로 세포분열이 정지된 것을 다시 분열하도록 해 주는 물질을 찾아냈다. 노화는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인 현상으로 알려져 있으나, 회복이 가능한 ‘가역적 노화’를 유도할 수 있는 약물이 발견된 것이다.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꿈꾸며 찾아나선 불로초는 아니지만, 건강한 장수 연구에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스트 뉴바이올로지 전공 박상철(웰에이징연구센터장) 석좌교수와 이영삼 교수 연구팀은 KU-60019라는 약물이 노화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데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세포는 대사 과정에 불필요하거나 더 이상 기능하지 않는 단백질이나 지질과 같은 생체고분자가 발생하며, 이를 자연적으로 분해(오토파지, 자시소화작용)한다. 이를 담당하는 세포 내 소기관이 ‘리소좀’인데, 그 기능이 떨어지면 분해돼야 할 고분자들이 세포 안에 쌓이고 결국 제기능을 못하는 미토콘드리아 같은 게 축적돼 세포대사가 불안정해지고 결국 노화로 이어지게 된다.
노화는 나이가 들면 세포 분열과 성장능력이 저하하고, 이는 생체 기능 저하와 노인성 질환의 원인이 된다. 그 동안 인류는 무병장수와 회춘의 비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를 해 왔지만,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 모두 피할 수 없는 자연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화의 비가역성이라는 기존 패러다임을 바꾸는 연구를 해 온 박 교수 팀은 세포 활성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리소좀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과정에 특정 단백질이 작용한다는 사실과 KU-60019라는 약물이 이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해 리소좀의 오토파지 기능과 미토콘드리아의 기능회복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노화 동물모델에서 상처회복을 촉진시키는 등 노화도 가역적으로 회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후속연구를 통해 노화억제 물질의 효능을 검증하고, 독성평가 등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노화세포의 회복과 노화질환 개선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박상철 석좌교수는 “리소좀 기능 저하를 억제하고 회복시켜 노화한 세포도 가역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메커니즘을 규명한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노화 동물 모델을 통한 효능과 안전성 등을 검증해 인간의 건강수명도 연장할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노화 동물 모델을 통한 효능과 안전성 검증 등을 통해 인간의 건강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 28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박상철 석좌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의대 교수,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웰에이징연구센터장(부사장)을 역임하고 지난해부터 디지스트에 부임했다.
이영삼 교수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텍사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전자 웰에이징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을 거쳐 지난해부터 디지스트 뉴바이올로지전공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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