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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일 정상회담 무조건 연다는 자세로 조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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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일 정상회담 무조건 연다는 자세로 조율하라

입력
2015.10.0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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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청와대에서 일본 연립정권의 한 축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를 만나 한일 양국관계 등에 대해 환담했다. 야마구치 대표는 이달 31일이나 다음달 1일 서울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맞춰 한일 정상회담을 갖자는 아베 신조 총리의 친서도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이 서한을 받으며 한일 정상회담에는 언급하지 않은 채 “한중일 정상회의에 아베 총리의 참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신 양국 현안인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 필요성과 일본 내 혐한(嫌韓) 분위기, 안보법제에 대한 우려를 강조했다고 한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대부분 80대 이상 고령임을 생각하면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건 맞다. 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시각 차가 양국관계를 악화시킨 가장 큰 원인이어서 이에 대한 일본의 최소한의 성의 표시가 이뤄져야 정상회담에 응할 수 있다는 원칙론도 수긍하지 못할 바 아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야마구치 대표에게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 치유와 명예 회복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그 동안의 태도를 크게 바꾸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아베 총리가 며칠 전 단행한 개각에서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서 강경 우파 색채를 띠어온 인물을 오히려 중용한 데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필생의 숙원인 헌법개정을 위해 과거사에 대한 ‘부채의식 청산’에 매달려 왔다. 지난해부터 아홉 차례나 열린 양국 외교 당국의 국장급 협상을 통해서도 위안부 문제 해결에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한 것도 이런 일본 정부의 태도가 기본 배경이다.

이쯤 되면 앞으로의 한일관계에 대한 장기적이고도 전략적 사고를 새롭게 다져야 할 필요가 있다. 위안부 문제가 중요한 것은 물론이지만, 어디까지나 양국의 숱한 현안 가운데 하나이다. 당장 최근 정비된 일본의 안보법제도 장기적으로 한반도 안보지형을 흔들 수 있다. 또한 한일관계가 양국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싫으니 안 보겠다’는 식의 단순한 태도로는 풀 수 없는 게 한반도 주변 정세다. 우려를 낳고 있는 안보법제도 궁극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면, 일본과 중국, 그리고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만 풀 수 있다.

좀 더 큰 시각에서 한일관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위안부 문제를 제쳐두거나 졸속으로라도 조기에 해결하자는 말이 아니다. 당장 풀기 어렵다면 문제를 확인하는 선에서 그대로 남겨두고 다른 분야에서의 가능한 협력에 뜻을 모아가는 게 현명하다. 국장급 협상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 기회마저 놓치면 한일 정상회담의 개최 전망은 정말 아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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