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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리 돌려 막을 거면 컷오프ㆍ경선은 쇼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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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리 돌려 막을 거면 컷오프ㆍ경선은 쇼였나

입력
2016.03.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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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4ㆍ13 총선 공천 막바지에 ‘돌려 막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당내 ‘컷 오프’에 걸려 일찌감치 출마 희망이 사라졌거나 경선에서 패배해 낙마한 후보를 다른 지역에 내리꽂는, ‘전략공천’ 가운데서도 최악의 방식이다. 어차피 이렇게 돌려 막을 요량이었다면, 그 동안의 국민공천이나 상향식 공천, 현역의원 물갈이(컷 오프) 등의 소란은 다 무엇이었나 싶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21일 전날 서울 서초갑 경선에서 패배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다른 지역에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겨가 서울 용산에서 더민주 후보가 된 진영 의원의 대항 후보가 될 가능성이 컸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조 전 수석의 경쟁력을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려는 뜻이라고 설명했지만, 애초에 서초 갑 경선 후보로 세울 당시에 이미 한 차례 경쟁력이 고려됐다는 점에서 어떻게든 조 전 수석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고 싶다는 속수(俗手)일 뿐이다. 그나마 조 전 수석 스스로가 이를 거부해 깔끔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여당 지도부의 구상은 반쯤 형해화한 ‘전략공천 폐지’라는 원칙이 거짓 구호에 불과함을 확인시켰다.

따지고 보면 여당의 이번 돌려 막기 시도는 제대로 눈에 띄지 않았을 뿐 이미 여러 차례 자행됐다. 대구 중ㆍ남구에서 공천을 받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달성군 예비후보에서 갑자기 지역구를 옮겼고, 경북 포항 북에 ‘여성 우선 추천’된 김정재 후보는 포항 남ㆍ울릉에서 뛰다가 옆 지역구로 날았다.

제1야당의 돌려 먹기는 더욱 가관이다. 이른바 ‘하위 20%’ 잣대에 걸려 물갈이됐고, 한때 물갈이 의지의 선명성을 내세울 대표적 사례였던 문희상 의원과 백군기 의원을 각각 경기 의정부갑과 경기 용인갑에 ‘전략공천’하기로 했다. 두 의원을 후보로 되살리기 위해당규까지 서둘러 개정해 이번 20대 공천에만 한정해 적용하기로 했다. 공당의 처사이기 어려운, 너무나 노골적인 원칙 훼손이다.

대전 유성갑과 전북 익산갑 경선에서 탈락한 최명길 전 MBC 유럽지사장과 한병도 전 의원을 각각 서울 송파을과 익산을에 전략공천한 것도 다를 바 없다. 더민주 입장에서는 ‘인재 재활용’이지만 경선 지역은 물론 새로 옮겨간 지역구 유권자, 나름대로 지역의 일꾼으로 뛸 준비를 해온 정치 지망자에 대한 모독이다.

이럴 거면 애초에 컷 오프니 경선이니 하며 야단법석을 떨고, 공천개혁이라고 가슴을 내밀고, 무슨 확고한 인선 원칙이라도 있었던 듯 낙천자 등을 떠밀어낼 이유가 없었다. 그 모든 것이 결국 정치 쇼에 지나지 않았다는 씁쓸한 현실의 확인은, 구태의연한 공천에 실망해 온 국민을 더욱 허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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