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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기록물 관리 허점 드러낸 다스 창고 ‘靑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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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기록물 관리 허점 드러낸 다스 창고 ‘靑 문건’

입력
2018.02.01 17: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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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설립한 청계재단 소유 건물 내 다스 창고에서 청와대 문건을 다수 확보해 청와대 문건들이 다스 사무실까지 흘러가게 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한다. 그러자 이 전 대통령 측이 “압수한 청와대 문건들을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스와 이 전 대통령의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검찰 손에서 빼내려는 뜻일 게다.

다스 실소유주 논란과는 별개로 다량의 청와대 문건이 외부로 유출된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는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하거나 유출한 경우 7년 이하 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역사적 기록물에 대해 그만큼 엄격한 관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지난해도 청와대 캐비닛에서 박근혜 정부 때 작성된 문건이 무더기로 발견돼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도대체 청와대에서 기록물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국가 최고권력 기관에서 매번 일반기업보다 못한 수준의 기록물 관리 실상이 드러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지난해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허술한 기록물 관리 실태가 극명히 드러난 바 있다.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세월호 7시간 의혹’ 등과 관련한 문건을 대통령기록물로 서둘러 지정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 궐위라는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정권 교체 때마다 부실한 업무 인수인계 문제로 청와대 전ㆍ현 주 인간의 말싸움을 보며 답답함을 느낀 것도 여러 번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잇따르는 건 현행 대통령기록물 관리제도에 허점이 많은 탓이다. 2007년 제정된 현행법은 청와대에서 생산한 모든 자료를 대통령기록관에 이전하되 남은 기록물은 복구할 수 없게 파기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관과 파기를 결정할 권한을 사실상 청와대가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기록관이 이관을 지원하고 기록물을 받은 뒤 문제가 있는지 검수할 수는 있으나, 이관과정을 면밀히 감독ㆍ감시할 권한은 없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대통령기록물 관련법을 전면적으로 손질해 비정상적인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 국가기록 관리기구의 독립성을 확보해 대통령기록물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록물 은폐와 유출을 감시하고 차단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국가기록물을 관리하는 목적은 단지 역사적 기록의 보존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기록성 못지않게 정부 업무의 투명성과 연속성 역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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