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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종인마저… 국민 실망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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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종인마저… 국민 실망이 크다

입력
2016.03.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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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비례대표 셀프 공천’비판에 반발해 당무를 거부했다. 김 위원장은 “인격적으로 그 따위로 대접하는 그런 정당에 가서 일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 언제든 떠날 수 있다”며 위원장직을 내던질 기세를 보였다. 풍전등화의 제1야당을 맡아 지역구 공천을 나름대로 요령 있게 처리해 온 김 위원장이 유독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당 대표답지 않게 몽니를 부리니, 국민 실망이 크다.

김 위원장은 “상식적이지도 않고, 원칙도 없다”는 당내 불만을 당내 체질개선, 정체성 변화에 대한 반발과 거부반응으로 치부했다. 본인이 자초한 일인데도 불통에 가까운 모습이다. 논란의 핵심인 김 위원장의 비례대표 2번 배정 문제만 해도 김 위원장은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내가 비례대표에 무슨 큰 욕심이 있나. 그런 생각 추호도 없다”고 했다. 그런데 셀프 공천 비판이 제기된 뒤 김 위원장은 “당을 추슬러 수권정당을 한다고 했는데 그걸 끌고 가려면 내가 의원직을 갖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의 오락가락에 비추어 진심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물론 그를 비례대표로 남길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그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비대위원장의 재량권이 절대적일 수는 없다. 그의 순번을 포함해 비례대표 공천 내용이나 방식이 더민주의 당헌ㆍ당규에 크게 배치될 뿐만 아니라 당 대표가 비례대표로 나설 경우 되도록 후순위에 스스로를 두어 선거 책임에 대한 결의를 보였던 관행과도 어긋난다. 김 위원장은 이를 “국민을 속이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하지만 사심이 없는 듯 행동해왔던 김 위원장의 언행이나 아직까지 여전한 더민주의 선거 열세 분위기에 비추어 유권자의 온전한 이해를 구하기는 어렵다. 이날 비례대표 14번으로 조정한 비대위 결정을 존중하고 따를 필요가 있다.

더욱이 비례대표 앞 순위에 놓인 전문가들조차 논문표절 의혹이나 자녀의 유관기관 취업 논란 등 하자가 있는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제 1야당이 후보 공천에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도 여당을 쫓아가기 어려운 판에 도대체 무엇을 내세울 셈인가. 김 위원장은 전문가 전진배치를 당 체질 개선이라고 하지만 정교하지 못했다. 이대로는 당내 주류나 여당에 공격 빌미만 주게 된다. 당내 반발에 대해 정체성에 맞지 않아 그런다는 식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소통을 통해 접점을 찾아나가는 게 당 대표가 할 일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선거 배수진을 쳐도 모자랄 판에 당무 거부ㆍ사퇴 배수진을 쳤으니 제 1야당이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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