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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진해운 구조조정 연착륙 발상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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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진해운 구조조정 연착륙 발상을 하라

입력
2016.09.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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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채권단이 8일 한진그룹에 대한 법원의 금융지원 요청을 거부, 소속 선박들이 망망대해에 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는 전날 이례적으로 입장자료를 내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 KDB산업은행에 ‘한진해운에 대한 DIP파이낸싱(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신속 제공 검토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법원은 “한진해운 화물을 기간 내 운송하지 못하면 화물 가액 손해는 물론, 우리 기업의 현지 공장 가동 중단 등의 확대 손해까지 발생한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온전히 돌려받을 가능성에 의문이 있으므로 담보 없이는 추가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또 한진해운은 구조조정은 원칙에 따라 진행됐고, 회사와 대주주 책임을 전제로 채권단과 협의하에 기선적화물 처리에 대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진그룹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8일 이사회를 열어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지원하는 안건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처럼 정부와 채권단, 한진그룹이 핑퐁이 이어지는 사이 물류 현장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화물 무역 애로 신고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총 219건의 신고가 접수돼 전날 대비 26.8%가 증가했다. 신고 화물금액은 1억달러로 전날 7,000만달러에서 3,000만달러가 늘어났다. 국내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미 한진해운이 속한 동맹체인 ‘CKYHE’의 외국 선사들이 “한진해운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보는데도 한국이 너무 무책임하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와 채권단이 원칙만 고수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렇게 원칙이 중요하다면 대우조선은 이미 청산해 마땅했다. 총대를 메고 해운 네트워크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돌파력은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어렵다. ‘배임’이 무서워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다. 한진해운 사태는 개별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신인도가 걸린 문제다. 특히 해운 네트워크는 수출로 먹고 살아온 우리 산업의 대동맥이어서, 처음부터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에 연착륙 발상을 가질 만했다.

정부는 당장 해외 항구와 선박에 묶여 있는 화물이 정상 운송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법원의 지원 요청에라도 귀를 기울여 마땅하다. 법원이 추가자금에 대해서는 물류난을 해결하고 꼭 필요한 운영자금을 대는 용도로만 사용할 것을 분명히 한 만큼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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