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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다이어리<73>NC의 애리조나 교육리그를 다녀와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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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다이어리<73>NC의 애리조나 교육리그를 다녀와서(2)

입력
2014.10.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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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과 게임에서 유격수를 보는 강민국 선수가 한 경기에 4개의 실책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렇다 보니 굉장히 위축되었으며 덩달아 타격에도 나쁜 영향을 끼쳤다. 그 모습을 보며 나의 예전 모습이 떠올랐다. 1991년 플로리다 교육리그 첫 날 나는 유격수를 보다 실책을 했다. 그 때 감독님이 타임을 외치며 “야, 너 나와”하면서 벤치로 불러들였다. 아무리 나이가 어린 선수라도 경기 중에 교체를 당하면 굴욕감을 느끼며, 수비 위치에서 더그아웃까지의 거리는 한없이 멀게 느껴진다. 당시 스무 살이었던 나로서는 정말 창피하고 괴로운 심정이었다. 그 때 경기를 마친 후 미국인 인스트럭터인 갈스 올즈 코치가 우리에게 여기에 왜 왔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했다. 나처럼 실수를 할 때 한국 코치들은 보통 강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교체를 하기도 한다. 당시 한국 야구에서는 흔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갈스 코치는 생각이 조금 달랐고,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 INSTRUCTION LEAGE(교육 리그), 말 그대로 선수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선수들은 수비에서 누구나 실수를 하게 되어 있다. 그 실수를 줄이는 선수가 결국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며 그래서 정규시즌을 마치고 어린 선수들 중에 경험이 더 필요한 선수를 선발해 게임을 통해 더 많은 것을 극복해 나가는 훈련 프로그램이다.”

실수를 했을 때 강한 질책은 선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특히 어린 선수들이 게임에서 실수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갈스 코치는 덧붙였다. 경기 중에 내야수에게 굴러오는 볼은 어느 것 하나 똑 같은 것이 없다. 바운드가 낮은지, 높은지를 판단해서 들어올 것인지, 기다릴 것인지 등을 선수 본인이 짧은 순간 안에 판단해야 한다. 선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기를 통해 실수를 하기도 하고, 좋은 플레이를 해 보기도 하며 선수 스스로 느끼게 하여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포인트라는 것이다.

수비에서 실수를 한 선수는 누구나 당황하게 되며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실수가 반복되면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밀려 온다. 그것은 코치가 굳이 지적하지 않아도 스스로 느끼는 감정이며 본능이다. 교육리그는 실수를 통해 원인을 분석하고 연구해서 똑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스스로 극복할 수 있게 만드는 훈련이기 때문에 실수를 했다는 것은 반대로 선수 본인에게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강민국 선수의 경우 송구 미스가 시작되면서 4개의 실책을 범하게 되었다. 강민국 선수는 이번 교육리그에 참가한 내야수 중 가장 좋은 어깨와 정확성을 자랑하는 선수다. 경기를 마친 후 이현곤 코치와 나는 오늘 실수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말고, 또한 경기를 마친 후 나머지 연습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기 후 연습을 시키면 선수는 분명히 야단 맞는 것이라 생각할 것이고 결코 선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민국 선수는 아무런 지적도 받지 않았고, 나머지 훈련도 하지 않았다.

그리도 다음날 수비 훈련 때 강민국 선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야구는 확률 게임이며 확률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3할 타자가 10번 중에 3번 안타를 칠 확률을 말하는 것처럼 수비에서도 실수 할 확률을 줄여야 한다.”

내야 수비는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행위로 정확한 포구와 정확한 송구가 그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타자가 친 땅볼의 바운드를 줄여 실수 할 확률을 줄여야 한다. 내가 던지고자 하는 방향의 거리를 줄여 송구 미스할 확률 또한 줄이는 것이 수비의 핵심이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전진이다. 즉 그라운드 볼이 나왔을 때 내야수들은 앞쪽으로 전진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리고 나서 다시 수비 자세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3편으로) 볼링그린 하이스쿨 코치ㆍ전 LG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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