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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보고 10시? 의문 더 키운 ‘朴 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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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보고 10시? 의문 더 키운 ‘朴 7시간’

입력
2017.0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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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첫 인지 오전 10시

靑 애초 9시 24분 주장과 달라

보고-지시 간격 축소 의도 보여

안봉근 대면보고 내용 빠져 있고

김장수 실장과 통화자료 없어

헌재 “행적 부족… 다시 제출하라”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탄핵심판 법률 대리인단을 통해 ‘세월호 7시간’ 행적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1일 만이다. 그러나 그 동안 밝혀진 내용에서 크게 진전된 게 없고, 박 대통령이 사고 사실을 처음 보고받은 시각도 여전히 의심스러운데다 곳곳에 행적이 누락돼 있는 등 허점투성이여서 되레 의문을 더하고 있다. 기존의 청와대입장 및 증언과 충돌하는 내용도 있어 대통령 행적 혼선은 더 커지고 있다.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은 이날 제출한 16쪽 분량의 ‘세월호 7시간 관련 피청구인의 구체적 행적 정리’자료에 박 대통령은 2014년 4월 16일 참사 당일 오전 10시 국가안보실로부터 세월호 사고 상황과 조치 현황 보고서를 받은 것으로 기재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8시 58분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최초 인지한 시점이 오전 10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앞서 청와대가 홈페이지에서 밝힌 행적이나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5일 헌법재판소에서 증언한 내용과 달라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윤 행정관은 제2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오전 8시 반에 (대통령이) 호출해 올라가 업무를 봤다. (대통령은) 9시쯤 집무실에 가신 걸로 안다”면서 “서류가 올라왔다고 해 제가 문자가 서류화 돼 올라온 것을 받아 대통령 관저 집무실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윤 행정관이 전달한 서류는 국가안보실이 보낸 상황전파 문자다. 청와대도 홈페이지에 ‘세월호 당일 이것이 팩트입니다’코너에서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24분 국가안보실이 ‘474명 탑승 여객선 침수신고 접수, 확인 중’이라는 내용의 문자로 상황을 전파했다고 명기했다.

대통령 대리인단 측이 박 대통령과 청와대와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 행적을 구체화한 점에 비춰 늑장지시 비판을 의식해 최초 사고 보고와 박 대통령의 최초 지시 사이의 시간 간격을 좁히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박 대통령은 10시 15분 처음으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로 세월호 관련 지시를 내렸다. 안보실의 상황전파 시간과는 1시간 가까이, 안보실의 정식 서면보고와는 15분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9시 30분 이전의 대통령 행적에 대해 묻자 “세월호 발생 직전 상황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정확한 사무는 묻지 않았다”며 얼버무렸다.

또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이 세월호 참사 당일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과의 통화 내용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점도 박 대통령의 대응 미비에 대한 의혹을 남긴다. 반면 최원용 고용복지수석의 전화 통화 내용은 구체적으로 밝혔다. 최 수석은 기초연금법 관련된 내용을 보고했다고 한다.

朴, 3시간 40분간 보고 11건 받았지만 지시 내용 ‘0’

16쪽 중 7시간 해명은 불과 5쪽

대리인단, 나머지 11쪽에 걸쳐

“朴, 직무유기 하지 않았다

24시간 재택근무 체제”

소추위원단 반박에만 공 들여

행적 자료는 새로운 의혹도 낳았다. 박 대통령은 당일 오전 10시 15분에 첫 사고 대응 지시를 한 이후 3시간 40분 동안 11차례에 걸쳐 여객선 침몰 및 구조상황을 보고받았지만 다음 지시는 오후 2시 11분이 돼서야 내렸다. 박 대통령이 보고만 받고 새로운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오후 2시 11분의 대통령 지시는 안보실에 “정확한 구조상황을 확인하라”는 내용으로 청와대의 다른 루트로 구조 인원 오류를 보고받았다는 사실을 시사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행적이 빠져 있다. 안보실의 구조인원 정정보고는 39분 뒤인 오후 2시 50분에 이루어졌다.

더욱이 16쪽 분량의 박 대통령 7시간 행적 자료 대부분은 국회 소추위원단 측 주장을 반박하는 데 할애했다. 16쪽 가운데 국민의 관심사인 구체적인 행적은 5쪽에 불과하고 나머지 11쪽은 ▦대통령이 직무를 유기하고 헌법상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배했다거나 ▦대통령이 관저에서 보고만 받고 출근하지 않았다는 국회 소추위원단 측 입장을 부인하는 내용이다. 대리인단은 “대통령의 일상은 출퇴근의 개념이 아닌 24시간 재택 근무 체제”라며 “역대 대통령들은 가족관계와 성향에 따라 관저에 머무는 시간이 달랐을 뿐 모든 대통령이 관저 집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중환 변호사가 “(세월호 7시간에 대한) 마지막 소명 기회라고 생각하고 정확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며 재차 제출을 미뤄왔지만 국민들이 납득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이렇다 보니 재판부는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답변서 내용을 따져가며 대리인단 측에 허점 보완을 요구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대통령의 구체적 행적 자료라기보다 수석실 등으로부터 보고 받은 내용 위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진성 재판관은 “대통령 측 답변서는 상당 부분 대통령이 주장하는 세월호 참사 당일의 보고와 지시에 대한 것만 기재돼 있다”며 “대통령의 기억을 살려 당일 행적에 대해서 밝히라는 헌재 요구에 좀 못 미치는, 부족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사고를 최초로 인지한 시점이 언제인지가 나와 있지 않은데 제출해 달라”며 “오전 10시에 보고서를 받고 알게 된 것처럼 기재돼 있는데, 그 전에 TV에 보도된 사실을 대통령은 확인하지 않았는지, 국가안보실장과 수 차례 통화한 기록도 제출해 달라”고 했다.

재판부조차 강한 불신을 드러낼 정도로 부실한 세월호 행적 자료이니, 청와대나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전략이 기억의 소실이라기보다 축소나 은폐에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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