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학업성취도평가 세계 1위 호들갑, 그 뒤엔 서늘한 실상

알림

학업성취도평가 세계 1위 호들갑, 그 뒤엔 서늘한 실상

입력
2016.04.07 20:00
0 0

[교육을 읽다] ‘그 많은 똑똑한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권재원 지음, 지식프레임 발행)

중학교 사회교사이자 교육학 박사(사회통계 전공)인 저자가 이 책 서문에서 풍자적으로 서술했듯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관으로 3년마다 시행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는 한국에서 공부 올림픽처럼 여겨 진다. OECD 회원국을 포함한 60, 70여개국의 만 15세 학생들이 ‘출전’하는 이 평가의 관전 포인트는 단연 순위다.

“1등이라는 순위에 집착하는 이런 호들갑 속에서 정작 PISA의 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한 자료는 그동안 이상할 정도로 관심 밖에 있었다”(10쪽)는 냉정한 문제의식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저자는 전공을 충분히 발휘, OECD가 시험을 한 번 치를 때마다 1,2년씩 걸려 내놓는 평가결과 보고서를 면밀히 분석하며 세계 교육 지도에서 한국의 현주소를 탐색한다.

저자는 PISA라는 평가 도구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으로 첫걸음을 뗀다. 먼저 국내에선 학업성취도평가로 통용되는 PISA가 실제 평가하려는 영역은 학습 결과가 아닌 학습할 능력, 다시 말해 사회생활에 요구되는 전반적 능력인 ‘역량’이라고 지적한다. PISA가 주목하는 역량이 교육 아닌 경제적 차원에 속한다는 점도 저자는 날카롭게 짚는다. 평가 주관기구인 OECD가 “명백한 경제기구”(26쪽)라는 점도 내처 강조된다.

핵심 논지를 전개하기 앞서 읽기, 수학, 과학의 세 영역으로 치러 지는 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거둔 높은 성취는 충분히 평가돼야 한다고 저자는 전제한다. 주입식ㆍ암기식 교육에 치우쳤다는 통념과 달리 “우리나라 학생들은 상당한 수준의 비판적 사고력이 요구되는 문항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보여주었”고 이는 “명백한 공교육의 성취”(이상 95쪽)라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 있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한국 학생들의 부인 못할 높은 성취의 이면을 통찰하는 데 있다. 알기 쉬운 그래프를 동원해 짚어 내는, 한국 교육의 서늘한 실상엔 이런 것들이 포함된다. 하위등급 비율이 적어 평균 점수는 높지만 정작 “지식정보사회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인적자원”으로 분류되는 최상위권 학생 비율이 경쟁국에 비해 한참 모자라다. PISA 점수는 매년 1, 2위를 다투지만 그 점수를 평균 학습시간으로 나눈 학습효율화 지수에선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24위로 떨어진다. 오는 12월 PISA 2015 결과 발표 때는 저자 제안대로 “우리 학생들이 몇 점을 받았는지” 대신 “우수한 학업 성취의 그림자에 가린 우리 교육의 오래된 문제들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이상 270쪽) 필요가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