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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동맹' 반목의 어둠 사르고 화합의 새날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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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동맹' 반목의 어둠 사르고 화합의 새날 비추다

입력
2014.06.0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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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제동맹 역사 거울로

"지역 감정의 벽 녹여 보자"

5년 전부터 협력 시작

문화·관광 등 상생 확산

상대편 도시에 결연의 숲

두 도시 시장 교환 근무도

나주 배-영주 사과도 뭉쳐

'홍동백서' 묶음 상품 출시

대구·광주 시장 상대 도시서 교환근무
대구·광주 시장 상대 도시서 교환근무
광주 5·18 기념식에 김범일 대구시장 참석
광주 5·18 기념식에 김범일 대구시장 참석
대구 두류공원에 광주 시민의 숲 조성
대구 두류공원에 광주 시민의 숲 조성
대구 2·28 민주운동기념식에 강운태 광주시장 참석
대구 2·28 민주운동기념식에 강운태 광주시장 참석

32년의 군사정권을 뒤로 하고 문민정부가 '민주화 시대'의 문을 연 지 21년. 아직도 풀지 못한 우리 시대의 숙제는 '통합'이다.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 자본주의의 찌꺼기인 소득의 양극화에 더불어 불안정한 노동시장, 진보와 보수의 역사 인식 격차, 다문화 시대의 문화 차이, 소수자 차별 등 사회 갈등의 폭과 골은 더 넓어지고 깊어지는 형국이다. 창간 60주년을 맞은 한국일보가 '갈등 넘어 통합으로'를 다시 화두로 쥔 이유다. 9일부터 한국일보는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을 모색하는 이들의 얘기를 싣는다.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대한민국은 더 이상 갈등으로 시대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사회여선 안 되기 때문이다. 대립의 과거를 딛고 통합의 길을 걷는 이들을 통해 새 시대를 열 헤안을 들어 본다.

영호남 문제만큼이나 지독한 갈등도 없을 것이다. 누구나 망국적 지역감정을 우려했고, 또 해소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이 있었지만, 그 갈등의 벽을 깨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본 궤도에 오르고 있는 대구시와 광주시의 ‘달빛동맹’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지역감정의 골이 가장 깊었던 앙숙 도시가 동맹의 손을 굳게 맞잡은 것이다. 달구벌 대구와 빛고을 광주의 앞글자에서 따온 달빛동맹에 두 도시가 전력을 쏟으며 동서화합의 결실이 조금씩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난공불락으로만 여겼던 영호남 갈등의 벽이 은은한 달빛으로 조금씩 녹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28일 대구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2ㆍ28 민주운동기념식’에 강운태 광주시장이 참석한 것이다. 강 시장은 기념식 후 대구 두류공원에 조성된 ‘광주시민의 숲’을 방문, 양 도시의 화합과 발전을 기원하는 뜻에서 광주의 시목인 은행나무를 심었다. 이날 강 시장의 손을 꽉 잡은 김범일 대구시장도 지난해 대구시장으로는 처음으로 광주의 ‘5ㆍ18민주화운동기념식’에 참석했다. 당시 지역 보수층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너무 앞서간다”고 우려했지만, 김 시장은 “양 도시의 화합을 위해서는 대구가 광주의 소중한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며 망설임 없이 광주로 향했다.

달빛동맹이라는 용어가 첫 등장한 것은 대구와 광주간 의료산업 공동발전 업무협약식이 있었던 2009년 7월이다. 이를 계기로 두 도시 사이에는 연구개발특구 개발 업무협약, 3D 융합산업 육성협력협약 체결 등 크고 작은 교류사업이 줄을 이었다.

2012년 3월 27일 달빛동맹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김 시장은 광주시청에서 ‘대구 광주 상생협력의 새 시대를 열자’를 주제로, 강 시장은 대구시청에서 ‘광주 대구 그리고 대한민국’을 주제로 교차 특강하며 자치단체 차원 동맹의 첫 단추를 뀄다. 강 시장은 “과거 신라와 백제가 나제동맹을 맺어 130년 동안 혈맹관계를 유지한 역사적 경험이 있다. 대구와 광주도 지역감정과 갈등의 골을 극복하고 상생의 길로 나가자”고 주문했다.

양 도시는 같은 해 7월 4일 군 공항 조기이전 추진과 88고속도로 조기확장, 양 도시간 내륙철도 건설 등을 주 이슈로 하는 공동 어젠더를 발표하며 관련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 시작했다. 두 도시는 화합차원에서 상대 도시의 이름을 딴 상징숲도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대구 두류공원에는 ‘광주시민의 숲’이, 지난달 광주 대상공원에는 ‘대구시민의 숲’이 조성됐다. 이들 숲에는 무등산과 팔공산의 돌과 나무를 옮겨다 심어 화합의 의미를 더했다.

교류도 확대됐다. 지난해 대구골목투어와 광주시내투어 등 여행이용권을 이용한 품앗이 관광이 이뤄졌고, 올해 2회째인 두 도시간 초ㆍ중ㆍ고 야구팀과 프로팀의 맞대결인 달빛야구제전도 그라운드를 달구고 있다. 2013년 3월 27일에는 두 시장이 아예 자리를 바꿔 교환근무를 하며 동반자 관계를 다졌다.

달빛동맹은 당리당략에만 골몰하던 정치권도 바꿔놓았다. 경북과 전남지역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국회 동서화합포럼 소속 의원들은 올 1월 전남 하의도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데 이어 3월에는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민주화와 산업화에 앞장선 전직 대통령의 업적을 기렸다.

대학간 영호남 교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전남대는 1999년부터 경북대, 울산대와 학생 교류프로그램을 체결, 등록금 면제와 기숙사 우선배정 등 혜택을 주고 있다. 15년간 4,088명의 학생이 교류했다.

대구와 광주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전남 나주시와 경북 영주시는 배와 사과로 하나가 됐다. 두 시는 2년 전 영주 사과와 나주 배를 한 상자에 섞어 담은 과일세트 ‘홍동백서’를 공동 출시했는데, 이게 매 명절마다 전량이 매진되는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대구에 사는 주현영(40)씨는 “지역갈등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 다르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40% 이상을 득표한 것을 보라”며 “서로 친하면 함께 잘 살수 있다는데 괜히 싸울 일이 뭐 있는가”라고 말했다.

영호남 화합을 위해 정부도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2일 광양만 일대에 ‘동서통합지대 조성 기본 구상안’을 발표했다. 섬진강 양안의 경남 서부와 전남 동부지역을 동서화합과 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남 여수시와 광양시, 순천시, 구례군, 경남의 하동군, 남해군, 진주시, 사천시 등 8개 시ㆍ군이 그 권역이다.

동서화합을 주창한 정의화 국회의장의 ‘섬진강시’ 조성 아이디어도 이와 비슷하다. 정 의장은 영호남이 화합해 함께 남해안을 개발하는 것은 큰 의미라며 “그 동안 섬진강이 동서를 가르는 역할을 했다면 이젠 동서가 섬진강을 중심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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