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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면접 질문엔 농담으로 넘겨라" 고용부의 엉뚱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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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면접 질문엔 농담으로 넘겨라" 고용부의 엉뚱한 조언

입력
2014.11.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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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女구직자에 사과하라"

“(면접관이 성희롱성 질문을 하면) 농담으로 잘 받아 칠 정도의 여유가 필요하다.”

고용노동부가 여성 구직자에게 취업 조언을 해준다며 내놓은 ‘모범답안’이다. 이 답변은 14일 고용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고용정보시스템 ‘워크넷’에서 확인됐다. 직장 내 성차별을 없애는 데 힘써야 할 정부 부처가 오히려 부당한 질문에 대해 ‘참으라’고 안내하는 셈이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사이트의 ‘취업도우미-면접 요령’ 코너에는 “커피나 복사 같은 잔심부름이 주어지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란 질문에 대해 “커피를 타야 한다면 한 잔의 커피도 정성껏 타겠습니다. 사무실 청소도 할 수 있는데 그건 직장을 소중한 저의 생활공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라는 모범 답안을 제시했다. 여성 근로자라면 잔심부름도 기꺼이 해야 한다는 성차별적 시각이 담겨 있는 것이다.

‘결혼은 언제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결혼 계획이 없다고 답하는 게 현명하다”는 답이 달려 있다. 이어 “업무를 제대로 할 만하면 퇴사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결혼 예정자나 오래 된 애인이 있을 경우 기업은 채용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결혼 뒤 아기가 태어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는 “육아제도 등이 없거나 (여성이) 결혼하면 퇴사시키는 걸 전제로 하는 회사도 있으니 신중하게 답변하라”며 “여성으로서 한때 유아 교육에 대한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 받으면 일을 계속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는 답을 제시했다.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와 관련해 일ㆍ가정 양립에 대한 정부 차원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시각이 담겼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은 “고용부가 성차별을 인정하고 더 공고하게 만들고 있다”며 “질문 자체가 여성 구직자를 남성과 동등한 노동자로 전제하지 않고 부차적 업무를 하는 보조노동자나 출산 전까지만 일하는 임시노동자로 보고 있다”며 규탄했다. 이어 “고용부는 여성 구직자들에게 사과하고 면접과정에서 성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삭제하고, 경위를 파악한 뒤 한국고용정보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교육 실시 등을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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