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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사라진 대중가요... '찬란했던 과거'가 돌아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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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사라진 대중가요... '찬란했던 과거'가 돌아온 이유

입력
2015.01.0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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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MBC 제공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MBC 제공

MBC ‘무한도전’ 특별기획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가 끝났다. 주요 음원 차트는 1990년대로의 역주행을 시작했다. 첫 공연 방송이 나간 2014년 12월 27일에는 S.E.S.의 ‘아임 유어 걸’과 터보의 ‘러브 이즈’가 1,2위를 다투더니 마지막 방송이 있었던 2015년 1월 3일이 지나자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엄정화의 ‘포이즌’, 지누션의 ‘전화번호’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토토가’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기획을 ‘무한도전’ 특유의 성실성으로 완성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음악가들을 불러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무대와 복장 하나까지 공을 들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오랫동안 무대에서 멀어졌던 터보의 김정남, S.E.S.의 슈, 쿨의 김성수가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토토가’에 대한 반응이 유독 뜨거운 것은 1990년대의 공기를 원형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토토가’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유년시절 추억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토토가’에 여러 사정으로 출연하지 못한 댄스 음악가들은 물론 당시를 풍미한 발라드ㆍ록ㆍ힙합 아티스트들의 이름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추억팔이’는 급기야 음악을 넘어 드라마, 영화는 물론 시대를 풍미한 고전게임까지 다시 소환했다.

S.E.S.에서 걸그룹의 원형을, 지누션에서 YG엔터테인먼트가 내놓는 음악의 기원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1990년대 대중음악이 마침내 정당한 평가의 기회를 얻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토토가’의 성공이 결코 과거의 음악이 더 우월했다거나 음악가들의 재능이 더 뛰어났다는 주장의 근거는 될 수 없다. 오히려 항상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는 음악가와 제작자들 입장에서 과거의 이미지가 자꾸 소환되는 것은 당황스런 일이다. 소찬휘는 최근 자신의 최대 히트곡인 ‘티어스’를 두고 “애증의 곡”이라 말했다.

2014년 한 해 가요계의 화두 중 하나가 ‘1990년대 아티스트들의 귀환’이었지만 그 시절의 음악이 그대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 이들은 새로운 음악을 시도했고 현재의 음악과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한영애는 꽉 찬 모던 록음악을 팬들에게 선사했고 서태지는 신스 팝을 갈고 닦았다. 그는 아이유와 손을 잡고 두 버전의 ‘소격동’을 내놓기도 했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신해철은 넥스트 유나이티드 활동에 새 보컬 이현섭을 대동했고 자신의 솔로 앨범에서는 아카펠라를 시도했다. 음악가들은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더 나은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런 시도들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채 1990년대 스타들이 ‘찬란했던 과거’에만 갇혀버리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오늘날 주류 대중음악은 1990년 후반 탄생했던 아이돌 그룹의 댄스 음악과 2000년대를 풍미한 발라드 음악을 성공적으로 계승했지만 1990년대처럼 다양한 음악을 떠받치는 산업 구조를 만들어내는데 실패했다. 인디 록밴드와 힙합 언더그라운드 음악가들이 존재하지만 이런 음악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다른 직업과 음악을 병행하는 등 어렵게 음악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1990년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면 이 부분이 아닐까. 음원 차트와 대중가요 방송이 조금 더 다양한 음악을 소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영상] 무한도전 '토토가' 가수별 무대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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