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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업] 관객이 외면한, 마동석 '인생영화' 5

입력
2016.07.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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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은 영화 '부산행'으로 대중의 눈에 단단히 들었다.
마동석은 영화 '부산행'으로 대중의 눈에 단단히 들었다.

바람이 들어간 듯 셔츠가 부풀어올라 보인다. 운동으로 키운 몸짓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셔츠 속 근육을 곧잘 상상하게 된다. 덩치 크고 울퉁불퉁한 얼굴의 배우들에 대한 관객들의 선입견은 크다. 몸을 앞세운 조연을 해야 적절하다고 생각하곤 한다. 투박한 외모가 인상적인 마동석도 예외는 아니었다. 무식해서 용감하거나, 무식하고 용감해서 머리보다 몸이 빠른 역할을 주로 했다.

1,000만 관객 고지를 향해 쾌속 질주하고 있는 영화 ‘부산행’은 마동석의 존재를 좀 더 넓게 알릴 ‘인생 작품’이 되고 있다. 자신을 위태롭게 만들었던 석우(공유)에게 던지는 “나 너한테 할 말 있는데요”라는 ‘부산행’ 속 상화(마동석)의 대사는 마동석이 2005년 영화 ‘천군’의 인민군 황상욱으로 처음 얼굴을 알린 뒤 10년 넘게 쌓은 이미지를 압축한다. 위협적이고 거칠면서도 토속적인 정감을 지닌 마동석은 최근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살가운 인물로 진화하고 있다. 그는 최근 ‘굿바이 싱글’에서 다정다감한 유학파 스타일리스트 평구를 연기하는 등 변신을 모색 중이다. 오늘의 마동석을 있게 한, 그러나 관객들은 외면했던 영화들을 돌아봤다.

상의원(2014)

마동석은 영화 '상의원'에서 패셔니스타 신하로 눈길을 잡았다.
마동석은 영화 '상의원'에서 패셔니스타 신하로 눈길을 잡았다.

왕의 옷을 짓는 장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이색적인 소재가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30년 동안 왕가의 옷을 짓다가 양반 승급을 눈앞에 둔 조돌석(한석규), 자유분방하면서도 옷 만드는데 타고난 재능을 지닌 이공진(고수)이 펼치는 경쟁과 우정을 그렸다. 왕비(박신혜)의 옷을 만들어 주다 왕(유연석)의 질투를 사고 결국 목숨까지 위태로워지는 이공진의 사연이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마동석은 이공진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그의 옷을 특히 사랑했던 ‘패셔니스타’ 신하 판수를 연기했다. 틀에 박힌 관복을 거부하고 화려한 색감과 날렵한 디자인의 관복을 입은 판수가 패션쇼하듯 여러 옷을 입고 대궐을 드나드는 장면이 영화의 볼거리 중 하나다. 패션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이던 마동석이 패션에 민감한 조선 지식인을 연기하며 반전의 재미를 던진다. ‘굿바이 싱글’ 속 평구의 선배 격에 해당하는 역할이었다. 독특한 소재와 여러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79만370명에 그쳤다. 감독 이원석.

일대일(2014)

마동석은 영화 '일대일'로 김기덕 감독과 첫 조우한다.
마동석은 영화 '일대일'로 김기덕 감독과 첫 조우한다.

마동석이 김기덕 감독과 첫 조합을 이룬 영화다. 한 여고생이 느닷없이 끌려가 살해 당하고, 살해에 관여된 7명의 남자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에 의해 차례대로 죽임을 당한다. 여러 가지 상징을 통해 한국사회의 고질을 비판하는 영화로 마동석은 7명의 남자들에게 응징을 가하는 일명 그림자 무리의 지도자로 등장한다. 그림자 무리의 인물들은 군복을 입고 마치 군인처럼 행동하지만 사실은 각자 생업을 지닌 평범한 시민들이다. 마동석은 사람들을 독려해 사회의 악이라 여겨지는 인물들에게 물리적 공격을 행한다. 굳은 얼굴로 단호하게 주장을 펼치며 사람들을 이끄는 연기가 마동석의 외모에 많이 기댄다. 예술영화 또는 독립영화와 그다지 강한 인연을 맺지 않았던 마동석의 희귀한 면모와 마주할 수 있는 영화다. 1만141명이 봤다.

배우는 배우다(2013)

마동석은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서 뒷골목 거물을 연기했다.
마동석은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서 뒷골목 거물을 연기했다.

마동석이 특별출연해 비중은 낮으나 강렬한 인상을 관객에게 남긴 영화다. 단역배우에서 깜짝 스타가 됐다고 바닥으로 추락한 오영(이준)을 통해 배우라는 존재를 살핀다. 연기에 대한 갈망으로 배우가 됐으나 성공에 눈이 멀어 초심을 잃어가는 오영이 톱스타가 되면서 겪게 되는 파란이 흥미롭다. 배역을 얻기 위해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주연이 되기 위해 배신도 일삼던 오영은 스타덤에 오르는 과정에서 뒷골목의 거물 깡다구(마동석)를 만나게 된다. 돈과 힘만 믿고 오영을 윽박지르는 깡다구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깡다구를 연기한 마동석을 촬영현장에서 처음 조우한 오영은 실제 깡패라 생각하고 겁을 많이 냈다는 후문. 감독 신연식. 11만2,029명.

통증(2011)

영화 '통증'에서 마동석은 협박 대행업을 하는 범노를 연기했다.
영화 '통증'에서 마동석은 협박 대행업을 하는 범노를 연기했다.

통증을 느끼지 못한 남순(권상우)을 이리저리 악용하는 범노(마동석)는 인간적인 악질이다. 남순을 앞세워 자해공갈로 빚을 대신 받아내고, 건설현장 체임에 따란 노동쟁위도 해결한다. 건설업체의 재건축 추진을 돕기 위해 남순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돈을 위해 남순과 함께 하는 범노는 생존을 위해 비루하기에 관객들의 공감을 산다. 범노가 피투성이가 된 남순에게 던지는 대사가 특히 남성 관객들의 마음을 살 만하다. “니나 나나 불알차고 나온 죄로 기집 붙이고 살아보겠다고 용을 쓴다. 용을.” 딱히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한 남자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악전고투를 펼치다 결국엔 비극의 한 축이 되는 과정을 마동석은 퉁명스러운 모습으로 표현해낸다.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권상우와 정려원이 애절한 남녀관계를 묘사하나 관객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극장 관객은 70만272명에 그쳤다.

퍼펙트 게임(2011)

마동석이 무명 야구선수를 연기한 '퍼펙트 게임'의 한 장면.
마동석이 무명 야구선수를 연기한 '퍼펙트 게임'의 한 장면.

국내 프로야구 전설의 투수인 최동원(조승우)과 선동열(양동근)이 남긴 명승부를 중심에 둔 영화다. 영남과 호남을 각각 대표하며 국보급 투수로 활약했던 두 사람의 라이벌 의식과 페어플레이가 이야기 얼개를 이루는 영화이니 무명 선수인 박만수(마동석)는 곁다리에 그칠 수 밖에. 영화는 꿈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만수의 모습을 간혹 비추며 야구에 대한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만수는 어린 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어려운 환경에 굴하지 않고 주전으로 그라운드에 설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만수가 운 좋게 타석에 선 뒤 얼떨결에 최동원의 공을 받아 쳐 홈런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영화의 주요 장면이 된다. 만수의 사연 많은 삶을 큰 덩치에 꾹꾹 담아 표현해낸 마동석의 연기와 서민적 풍모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언론시사회 뒤 정작 영화의 주인공은 마동석이라는 말이 기자들 사이에 오갔을 정도. 150만7,084명이 찾은 영화다. 감독 박희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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