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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느는데…부실 외부감사 걸러내기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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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느는데…부실 외부감사 걸러내기 ‘구멍’

입력
2016.07.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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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소형 회계법인 유착

감리 거치는 비상장사 2.9% 불과

우병우 수석 가족회사 ‘정강’

禹친척이 임원인 회계법인서 감사

금감원, 감독권 없어 조사 못해

비상장 기업과 소규모 회계법인이 금융감독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가족회사 ‘정강’의 외부감사를 친척이 부회장으로 있는 회계법인(삼도)에 맡긴 게 드러나면서다.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비상장사는 해마다 급격히 느는 추세지만 매년 외부감사에 대한 재검증 작업(감리)을 거치는 비상장사는 전체의 2.9%에 불과하다. 사실상 비상장사와 회계법인 간 유착으로 외부감사가 부실하게 진행됐다고 해도 구조적으로 이들을 걸러내기가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외부감사 대상인 비상장사와 소속 회계사 30인 미만인 소규모 회계법인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갖고 있다. 금융당국이 모든 기업을 상대로 외부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검증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비상장사와 소규모 회계법인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회계사회에 위탁했기 때문이다. 최근 정강과 삼도회계법인 간 유착 의혹으로 외부감사가 부실하게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음에도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지 못한 것도 비상장사에 대한 감독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청년공인회계사회가 “삼도가 공인회계사법을 어겼는지를 회계사회가 아닌 감독당국이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회계전문가들은 상장사에 비해 비상장사에 대한 외부감사가 훨씬 느슨하게 진행될 여지가 더 크다고 지적한다. 한 회계사는 “비상장사는 상장사와 달리 이해관계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회계법인도 상장사만큼 세세하게 감사를 하지 않는다”며 “특히 비상장사의 외부감사는 회사와 친분 있는 회계법인이 맡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감사 과정 때 아무래도 의뢰인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장사나 비상장사 모두 회계법인의 외부감사 후 똑같이 금융감독원과 회계사회로부터 회계감리를 받지만 비상장사의 경우 회계감사가 부실하게 진행된 부적격 회사를 걸러내기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금감원과 회계사회는 매년 상반기가 끝날 때쯤 전년도 외부감사를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회계감리를 받을 기업을 선정한다. 리스크가 높은 업계 위주로 표본을 뽑은 뒤 표본 가운데 무작위로 기업을 선정하는 식이다. 금감원은 매년 상장법인 2000여곳 중 150여곳(7.5%)을 상대로 회계감리를 진행한다.

반면 회계사회는 매년 외부감사 대상 비상장 700여곳에 대해 회계감리를 진행한다. 지난해 외부감사 대상 비상장사가 2만4000여곳이었던 걸 감안하면 회계사회의 회계감리를 받는 기업은 30곳 중 1곳 꼴에 불과하다. 게다가 회계사회 직원 21명이 700여곳을 살펴보는 구조여서 촘촘한 감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는 “비상장사는 웬만해선 회계사회의 감리를 받지 않기 때문에 회계법인이 ‘적정’ 의견을 내리면 그걸로 끝이다”며 “이 때문에 일부 비상장사는 회계사에 의뢰해 회계법인을 급하게 만들어 외부감사를 받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비상장사와 소규모 회계법인에 대한 관리·감독이 상장사와 중대형 회계법인에 비해 떨어진다는 걸 부인하지 않는다. 실제 지난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당국의 회계감리에서 적발돼 제재를 받은 법인을 상장사와 비상장사로 구분해서 보면 비상장사가 83%로 압도적으로 많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비상장사가 워낙 많다 보니 회계사회의 감독권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회계사회의 회계감리 인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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