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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시티 WS 우승에 축하메시지까지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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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시티 WS 우승에 축하메시지까지 받아”

입력
2015.11.0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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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시티의 20년 골수팬으로 잘 알려진 이성우 씨. 이성우 씨 트위터
캔자스시티의 20년 골수팬으로 잘 알려진 이성우 씨. 이성우 씨 트위터

“처음에요? 약간의 동정심도 있었죠. 하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캔사스시티 로열스가 30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2일(한국시간), 미국 현지 팬들 만큼이나 우승을 기뻐한 한국인이 있었다. 바로 캔자스시티의 골수 팬 이성우(39) 씨다.

이씨가 캔자스시티의 매력에 빠진 건 약 20년 전부터다. 영어공부 삼아 시청하던 미군방송 AFKN에서 매일 저녁 6시30분 방영한 CNN과 ESPN의 스포츠 뉴스를 틀어줬고, 이 때 접한 캔자스시티의 아름다운 홈구장 모습과 불꽃 세리머니에 묘한 끌림을 느꼈다. 애정을 갖고 지켜보다 보니 연패가 계속되는 만년 약체에 대한 동정심이 발동했다. 약체의 승리를 바라는 ‘언더독(Underdog) 효과’가 단풍 물들 듯 그의 마음에 자리 잡았다.

강산이 두 번은 변한다는 세월이지만 이씨의 마음은 변치 않았다. ‘코리안 특급’박찬호부터 피츠버그의 새 희망이 된 강정호까지 수 많은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탄생해도 그에겐 오직 캔자스시티뿐이었다.

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뉴욕 메츠 간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 5차전 경기 종료 후 로열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날 로열스는 메츠에 7대2로 승리하며 30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AP 연합뉴스
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뉴욕 메츠 간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 5차전 경기 종료 후 로열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날 로열스는 메츠에 7대2로 승리하며 30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AP 연합뉴스

동점 만든 9회초, 조심스레 우승 예감

우승 당일 회사에서 틈틈이 인터넷 중계로 경기 소식을 접했다는 그는 “패색 짙던 9회 0-2 열세의 스코어를 2-2 동점으로 만든 순간 ‘일 내겠다’싶었다”고 했다. 그의 느낌 그대로 승부는 12회초에만 5점을 뽑아낸 캔자스시티의 7-2 승리로 끝이 났다.

그토록 고대하던 우승 순간의 감흥을 묻자 “집에서 본 3, 4차전 때와는 달리 흥이 덜했던 건 사실”이라며 “경기 종료 후 많은 이들의 축하메시지를 받고서야 서서히 우승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특히 미국 현지 팬들과의 소통 창구인 트위터에선 ‘멘션 폭탄’이 투하되는 등 공간을 초월한 우승 파티가 벌어지기도 했다. ‘#BringBackSungWoo(이성우를 다시 데려오라)’라는 해시태그도 되살아났다. 지난해 8월 이씨의 캔자시스티 방문 기간 동안 팀이 8승 1패란 믿기 힘든 성적을 거두자‘승리 요정’이란 별명을 얻은 이씨를 월드시리즈 때 다시 초청하자는 캠페인 목적으로 사용된 해시태그지만 이젠 ‘이성우를 다시 불러 우승을 함께 즐기자’는 의미로도 쓰였다.

“나 같은 일반인도 스토리화 하는 게 ML의 힘”

캔자스시티 지역 내에서만큼은 이성우란 이름이 류현진, 추신수, 강정호보다도 유명하다. SNS를 통해 현지 팬들과 꾸준히 소통한 그를 지난해 구단이 직접 초청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씨는 “지난해 팔자에도 없는 관심을 받아 어안이 벙벙했다”면서도 “한편으론 이역만리의 괴짜 팬 한 사람까지도 구단의 스토리로 만드는 게 메이저리그의 힘이란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성우 ESPN 다큐 '30 for 30 Shorts' 캡처
이성우 ESPN 다큐 '30 for 30 Shorts' 캡처

이 같은 스토리가 국내에서도 알려지며 이씨는 ‘성공한 마니아’라 불리기도 했다. 이씨는 “현지 지역언론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이렇게 국내까지 퍼질 줄 전혀 몰랐다”면서 “미디어의 관심이 여전히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스스로를 ‘평범한 월급쟁이’라고 강조한 그는 마지막으로 캔자스시티에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지난 8월 모친상을 당한 무스타커스, 9월과 10월 부친상을 당한 크리스 영, 볼케즈 등 슬픔 속에서도 큰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지켜보며 팀에 더 큰 애정이 생겼어요. 캔자스시티 팬들이 저를 초대하고 싶은 마음만큼 저도 그들을 또 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기회가 된다면 휴가를 내 함께 팀을 응원해 온 아내, 동생과 다시 한 번 캔자스시티에 방문 할 생각입니다.”

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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