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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동 걸린 성과연봉제, 도입하려면 노조 동의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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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동 걸린 성과연봉제, 도입하려면 노조 동의 받아야

입력
2017.02.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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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한국철도공사 등 5개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 시행을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공공ㆍ금융기관 노조들이 낸 성과연봉제 가처분 신청 중 최초의 인용 사례여서 의미가 적지 않다. 노조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려다 제동이 걸린 만큼 해당 기관들은 법원 판단을 존중하고 정해진 절차를 준수해야 할 것이다.

대전지법은 철도노조가 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저성과자로 평가된 근로자들이 임금액이나 임금상승률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철도공사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취업규칙에 관해 노조의 동의를 받았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94조를 언급한 것이다. 철도공사는 지난해 5월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가 74일 최장기 파업이라는 노조의 반발을 불렀다.

물론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이 기업은행 노조의 성과연봉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당시 서울중앙지법 또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변경을 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으니 대전지법의 판단과 완전히 상반된다고 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에 노조나 근로자 과반 동의 조항을 넣은 것은 근로자보다 사용자의 힘이 우월한 현실에서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바꾸면 큰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과에 따라 임금을 정하는 성과연봉제는 그 자체로 논란이 큰 것 또한 사실이다.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라는 찬성론과 부작용을 양산할 것이라는 반대론이 첨예하게 맞선 현실이라면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하는 것은 상식 중에 상식이다. 이에 비춰 철도공사처럼 이사회 의결만으로 도입한 것은 법이 정한 과정을 무시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태도 변화가 시급하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인건비를 동결하고 경영평가 성과급을 깎겠다는 정부의 압박 때문에 이들 기관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서둘러 강행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공ㆍ금융기관이 노조 동의 구하기에 소극적이었던 데는 정부의 책임이 적다고 할 수 없다. 그런 만큼 대전지법의 결정을 깊이 새겨야 마땅하다. 더욱이 성과연봉제 관련 가처분ㆍ본안소송을 낸 노조가 30여 곳에 이른다니 비슷한 판결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 점에서라도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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