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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대세' 된 크리에이터… "1인 방송 즐기며 수입도 두둑하죠"

입력
2015.09.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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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버터칩 시식기 올렸다가 데뷔

콜라 분수쇼·100%레몬주스 등

매일 1편씩 기상천외 음식 예능

1년도 안돼 구독자 30만명 육박

"잘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뒀죠"

CJ 등서 후원·수익 배분도

스타급 20명 월 600만원대 수입

인기 크리에이터인 허팝은 레몬 100개를 짜내 레몬주스를 만들거나 빨대 100개를 길게 연결해 콜라를 마시는 등 먹거리를 소재로 한 이색 실험 동영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 크리에이터인 허팝은 레몬 100개를 짜내 레몬주스를 만들거나 빨대 100개를 길게 연결해 콜라를 마시는 등 먹거리를 소재로 한 이색 실험 동영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인터넷의 ‘대세’는 동영상을 직접 기획하고 만드는 크리에이터다. 이들이 제작해 구글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은 인터넷뿐만 아니라 오프라인까지 흔들고 있다.

크리에이터란 유튜브에 자체 제작 동영상을 정기적으로 게재하고 일정한 구독자를 확보한 이용자에게 구글이 공식적으로 부여하는 호칭이다. 국내에서는 게임 방송을 진행하는 ‘양띵’과 ‘대도서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주인공 엘사나 황진이 등의 화장법을 소개하는 ‘씬님’, 요리하는 영국인 ‘영국남자’ 등이 대표적인 크리에이터다.

크리에이터가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대기업도 이 분야에 진출했다. CJ E&M과 트레저헌터, 판도라TV 등은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제작이나 관리, 홍보 등을 지원하고 이들이 유튜브에서 얻는 광고 수익을 나누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사업을 벌이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은 동영상에 따라붙는 광고로 수익을 올린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우선 공간을 제공하는 구글과 크리에이터가 45 대 55 비율로 나눈다. 그리고 MCN업체의 지원을 받는 크리에이터의 경우 자신의 수익을 다시 MCN업체와 8 대 2 비율로 나눈다.

인기 순으로 20위 안에 드는 크리에이터의 올 1~4월 월 평균 수익은 628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83만원보다 164%나 올랐다. 이처럼 수입이 괜찮다 보니 아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크리에이터로 나서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 인물이 크리에이터 허팝이다. 그 역시 동영상으로 벌어 들이는 수입이 또래의 직장인들보다 훨씬 많다. 지난 3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크리에이터가 된 허팝은 “직장에 다닐 때보다 월급이 세 배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허팝은 전자상거래 업체에 근무하던 지난해 11월 유튜브에 과자 ‘허니버터칩’ 시식기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렸다가 허니버터칩 열풍이 불면서 단숨에 조회수 10만을 얻으며 유명해졌다. 허팝은 “자고 일어나면 조회수가 5만씩 올라가 무서웠다”며 “재미로 만든 영상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것이 꿈만 같다”고 밝혔다.

그 뒤 자연스럽게 ‘푸드 크리에이터’로 통하게 된 허팝은 현재 구독자 30만명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가수에 비유하자면 데뷔하자마자 유명세를 얻은 거물급 아이돌인 셈이다. 당연히 CJ E&M의 지원도 따라 붙었다.

허팝의 인기 비결은 TV 방송에서 다루기 힘든 독특한 콘텐츠다. 갖가지 먹거리를 재료로 '궁금하지만 선뜻 시도하기는 어려운' 실험을 해보이거나 기상천외한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예를 들어 콜라 뚜껑과 몸통에 구멍을 뚫은 다음 아이스티를 넣어 액체가 공중으로 솟구치는 ‘콜라 분수쇼’를 선보였고, 빨대 100개를 길게 연결해 콜라를 마시기도 한다.

피자를 먹다가 남은 피클로 만든 피클라면, 문어 한 마리를 통째로 넣은 밥통 타꼬야끼, 37리터짜리 초대형 푸딩과 과자로 만든 초밥 등도 유명하다. 자칭 ‘호기심 해결사’라고 주장하는 허팝은 “5분짜리 동영상 한 편을 만드는 데 매일 3~5시간이 걸린다”며 “아이디어 제보가 1,000여건씩 쏟아져 쉴 수가 없다”고 웃었다.

특히 유튜브만을 겨냥한 전략도 주효했다. 대부분 유명 크리에이터가 1인 방송의 원조 격인 아프리카TV에서 먼저 인기를 얻고 유튜브로 진출한 것과 달리 그는 처음부터 유튜브에서만 활동했다. 말 주변이 없어서 생방송인 아프리카TV와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1년 내내 같은 시간에 새로운 영상을 올리는 것도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 허팝은 “구독자 상당수가 초등학생이어서 매일 이들의 하교 시간인 5시쯤 영상을 올린다”며 “구독자들이 하루 일과 중 하나로 허팝 영상을 보는 습관을 갖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것은 허팝 동영상 구독자의 10% 이상이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연예인이 아닌데도 해외에 많은 팬을 두고 있는 그는 또 다른 한류 스타다. 허팝은 “크리에이터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놀면서 큰 돈을 번다는 부정적 시각도 많다”며 “다양한 시청 욕구를 충족해주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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