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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중 신경전 고조, 정부가 정신 바짝 차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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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중 신경전 고조, 정부가 정신 바짝 차려야

입력
2016.06.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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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싱가포르에서 끝난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예상대로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북핵 문제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의 발언은 매우 공격적이었다. 그는 “모두가 참여하는 집단방위로 위협에 대처하는 게 미국 입장”이라며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매립 공사를 강행할 경우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고립의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고도 했다.

북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핵 프로그램의 불가역적 포기가 우선”이라는 한미의 입장과는 달리 중국은 여전히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 눈에 띄기 시작한 북핵 해법에 대한 인식 차이는 갈수록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와중에 나온 카터 장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발언도 미묘한 파장을 던졌다. 그는 싱가포르로 가는 기내에서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해 사드 논의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음을 시사했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곧 공개적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사드는 의제일 수 없고, 최종 발표까지 갈 길이 멀다는 상식과는 다른 얘기가 미국 최고위 당국자의 입에서 나왔다.

우리 정부가 “발표를 할 정도로 협의가 진행된 게 아니다”고 부인해 일단 논란은 봉합됐지만, 문제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미국이 사드와 관련해 앞서가는 발언으로 우리를 혼란하게 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 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 사드 배치 협의를 위한 약정 체결을 일방적으로 연기해 우리 정부를 혼란에 빠뜨렸다. 미국이 사드를 한국 안보가 아니라 대 중국 전략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그 때문에라도 카터 장관의 이번 발언을 단순한 실언으로 보기 어렵다.

중국이 북한을 미국의 봉쇄에 맞서는 다목적 카드로 이용하려는 마당에 미국마저 사드를 외교ㆍ안보의 흥정물로 삼으려 한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사드는 어디까지나 우리의 안보를 위한 것이어야 하고 논의의 시작과 끝도 이런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중국을 설득할 수도 있다.

6일부터 베이징에서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열린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미중 사이에 우리의 국익과 배치되는 어떤 고공플레이가 벌어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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