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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만 죽이는 나노 유전자 치료법 개발… 항암제는 진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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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만 죽이는 나노 유전자 치료법 개발… 항암제는 진화 중

입력
2015.07.0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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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생명공학과 나건 교수팀 빛에 반응하는 유전자 전달체 개발

활성 산소 만들어 암세포 정밀 타격… 흑색종 치료 효과, 기존보다 배 높아

지방 합성과 포도당 대사 억제해 암세포 증식 막는 약물도 美서 개발

암세포 돌연변이에 초점이 맞춰졌던 항암제 개발이 최근 유전자를 이용하거나 암세포 대사과정을 표적으로 해 치료효과를 높이는 등 보다 정교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암세포 돌연변이에 초점이 맞춰졌던 항암제 개발이 최근 유전자를 이용하거나 암세포 대사과정을 표적으로 해 치료효과를 높이는 등 보다 정교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암세포의 돌연변이에 초점이 맞춰졌던 항암제 개발이 다양한 갈래로 진화 중이다. 빛에 반응하는 나노 유전자 전달체로 암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유전자 치료법이 최근 개발됐고, 암세포에 특이적인 에너지 대사를 표적으로 함으로써 거의 모든 유형의 암을 사멸시킬 수 있는 획기적 약물도 나왔다.

빛에 반응하는 스마트 나노 유전자 전달체 국내 개발

가톨릭대 생명공학과 나건 교수팀은 빛에 반응하는 고분자 광감작제(photosensitizer)를 이용해 암세포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나노 유전자 전달체를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광감작제는 특정 파장의 빛을 받으면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 화학물질. 이 물질은 종양 조직 내에서 빛에 반응해 암세포막을 붕괴시키는 물질을 생성, 유전자 치료제를 암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효율을 크게 높였다.

최근 유전공학과 분자생물학 기술 발전에 힘입어 다양한 치료용 유전자가 속속 나오고 있다. 유전자를 이용한 항암제는 기존의 화학독성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치료효과가 뛰어나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주목 받는다. 다만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유전자 자체만으로는 암세포 안으로 전달되기 어려워 치료효과가 낮다는 점이다.

나 교수팀은 빛과 암세포 주변 환경에 반응해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 스마트 고분자 광감작제를 이용하는 유전자 전달체 개발로 난제를 극복했다. 빛을 받은 광감작제가 활성산소를 만들면 이 활성산소가 암세포의 세포내막을 파괴, 치료제가 세포 안으로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하는 원리다.

산소원자를 지닌 활성산소는 화학적 반응력 뛰어난 데다 산화력이 강해 생체조직 안에서 세포막DNA 등 세포 구조를 손상시키며 심지어 세포를 사멸시키기도 한다.

활성산소는 유전자 치료제도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광감각제가 암세포 안으로 들어가면 낮은 산도에 반응해 치료제와 저절로 분리되도록 설계, 치료제가 손상 받지 않은 채 암 조직 깊숙이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피부의 멜라닌 세포에 주로 생겨나는 흑색종은 치료가 쉽지 않다. 연구팀이 스마트 나노 유전자 전달체를 이용, 유전자치료제(p53 유전자)를 흑색종 암세포를 이식한 생쥐에게 투여한 결과 기존의 유전자 치료제만 사용했을 경우보다 치료효과가 6배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p53은 DNA 손상 회복과 세포 사멸기전을 조절하는 암억제유전자다. 연구팀은 “생쥐모델에서 p53유전자를 함유한 나노 전달체를 처리한 후 빛을 조사했더니 암세포의 성장이 효과적으로 저해했다”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교신저자 나건 교수, 공동 제1저자 박신정ㆍ박우람 박사 연구원) 성과는 국제저널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실렸다.

거의 모든 암세포 굶겨 죽이는 약물 나와

암세포 고속성장의 비밀인 대사작용을 차단함으로써 거의 모든 유형의 암을 사멸시킬 수 있는 획기적 약물도 외국에서 개발됐다.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Saint Louis University) 약리학ㆍ생리학 과장인 토마스 버리스(Thomas Burris) 박사가 암세포 에너지 대사의 특징인 이른바 ‘바르부르크 효과(Warburg Effect)’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물을 개발, 거의 모든 암세포의 성장을 막을 수 있는 길을 처음으로 열었다고 국제저널 ‘암세포(Cancer Cell)’가 최신호에서 밝혔다.

암세포의 생명력은 초고속성장에서 나온다. 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세포 분열과 증식 등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데, 이는 대상과정에서 포도당과 지방을 급격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대사과정에서 포도당을 선호하는 것을 바르부르크 현상이라 한다. 암세포의 초고속성장을 막기 위해서는 포도당의 급격한 사용을 가능토록 하는 바르부르크 현상을 포함한 에너지 대사를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SR9243’으로 불리는 신약물은 암세포의 이 같은 비정상적인 지방 합성과 포도당 대사를 억제해 암세포를 굶겨 죽인다. 암세포만의 특징인 에너지 대사를 표적으로 하는 방식이라 거의 모든 유형의 암을 사멸하는 반면 정상세포에는 해를 주지 않는다.

연구결과 SR9243은 배양된 암 세포와 동물 모델에서 자란 인체 암세포 모두에서 효과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치료효과는 암종별로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를 이끈 버리스 박사는 “동물 모델의 인체 종양에서 폐암, 대장암 및 전립선 암에서 매우 효과적이었고, 난소암과 췌장암에서는 효과가 적었다”고 했다. 약물은 난치성 뇌종양인 신경모세포종에도 효과가 있으며, 기존 화학요법 약물과 병용할 경우 효과가 높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강섭기자 eric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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