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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부와 국편 간에도 연일 국정화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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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부와 국편 간에도 연일 국정화 혼선

입력
2015.10.2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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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잦은 말 바꾸기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화 교과서의 서술 방법은 물론 교과서 발행체제를 놓고도 종전의 입장과 다른 발언을 해 혼란을 주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이런 행태는 국정화가 얼마나 졸속으로 추진된 것인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제대로 된 국정교과서가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를 갖게 한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국정교과서에다 어떻게 다양성을 집어 넣느냐”고 반문했다.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을 발표할 당시 역사인식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이설은 병기하겠다고 한 것과 배치된다. 국정제 자체가 다양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교육부의 주장은 궤변에 가깝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은 그마저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어서 논란이 됐다. 비판이 거세지자 국편은 “다양한 관점과 학설을 소개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이설 병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교과서 집필을 책임진 국편이 내부적으로도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정교과서 도입에 총대를 메왔던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국정을 영원히 하자는 건 절대 아니고 바람직한 건 자유발행제다. 그것이 안되면 검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는 한가지 교과서로 가르치는 게 국가적 임무”라고 주장해온 황 장관이 뜻밖에 자유발행제를 인정하고 국정제를 낮게 평가한 것이다. 총선 출마를 앞두고 악화된 여론을 피해가려는 꼼수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이와 별개로 정책 담당자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는 전형적인 무책임과 무소신으로 비쳐진다. 국정제가 잘못된 정책이라고 판단한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국정제 방침을 거둬들이든지, 아니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게 정책 담당자의 올바른 자세다.

황 장관과 김 위원장은 국정화 발표 직후부터 집필진 구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대다수 대학 역사학과 교수들과 주요 역사학회가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초조해하고 있다고 한다. 다급해진 국편은 김 위원장이 직접 발벗고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금 보아서는 이달 내 집필진 구성을 마무리하고 다음달부터 제작에 들어간다는 계획은 이행이 불가능할 것 같다. 국정화에 대한 소신이나 철학은커녕 아무런 로드맵도 없이 따라 움직이다 보니 이런 탈이 빚어지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은 일본에서까지 손가락질 받는 상황에 처했다. 한국의 역사인식이 후진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일본정부에 왜곡된 역사서술을 수정하도록 요구할 명분도 약해졌다. 정부가 감당 안 되는 너무 큰 일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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