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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메달 성적에 급급한 특별귀화 추진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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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메달 성적에 급급한 특별귀화 추진 신중해야

입력
2016.06.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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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한국 여자프로농구에 데뷔한 첼시 리 선수가 당시 위조된 서류를 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농구계는 그가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고 신인상 등 6개 상을 휩쓸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한국 국가대표로 뛸 수 있게 특별귀화까지 추진했다. 검찰 수사로 이 정도에서 위조사실이 밝혀졌기에 망정이지 그가 실제 국가대표로 뽑혀 국제경기에서 뛰었다면 큰 웃음거리가 될 뻔했다.

첼시 리는 부모 또는 조부모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을 가진 적이 있으면 한국 선수와 같은 신분으로 뛸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팀 당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 등에 걸리지 않고 한국 선수처럼 경기에 나섰다. 이는 그가 낸 서류에서 친할머니가 한국인으로 돼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검찰에 따르면 서류상 친할머니는 그와 아무 관련이 없으며 첼시 리 자신과 아버지의 출생증명서 역시 위조된 것이었다. 더 큰 문제는 첼시 리가 한국 무대에 뛰기 전부터 할머니의 국적에 논란이 있었고 이 때문에 다른 구단이 그를 영입하려다가 포기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첼시 리가 몸담았던 KEB하나은행이나 그를 특별귀화시키려한 대한농구협회와 대한체육회 모두 눈 앞의 성적에 급급해 검증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대한육상연맹 또한 리우 올림픽에 출전시키겠다며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의 특별귀화를 추진한 바 있다. 황영조, 이봉주 이후 이렇다 할 선수가 나오지 않자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것이지만 그가 도핑테스트에서 양성판정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는 등 논란만 빚다가 무산됐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는 마음만으로 성급하게 귀화를 추진하다가는 이렇게 무리가 따를 가능성이 크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도 이미 귀화를 했거나 귀화를 하려는 외국 선수가 여럿이다. 한국계 부모를 두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은 선수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다.

물론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 국적으로 소치 올림픽에 출전했듯 국적을 뛰어넘어 운동을 계속하려는 선수의 뜻은 존중해야 한다. 개방시대에 외국인의 한국 국적 취득에 인색할 것도 아니다.

그러나 첼시 리의 경우에서 보듯 당장의 성적에 급급해 외국 선수 귀화를 서두르는 것은 손쉽게 메달을 따려는 편의적 발상으로 보인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포츠 저변을 확대하고, 잠재력 있는 선수를 발굴해 육성하는 데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도 과도한 올림픽 메달 집착을 버리고, 최선을 다하면 결과에 상관없이 박수를 보내는 성숙한 자세를 갖추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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