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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증거 인멸 방치한 검찰에 ‘靑 문건 유출’수사 맡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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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증거 인멸 방치한 검찰에 ‘靑 문건 유출’수사 맡길 수 있나

입력
2016.10.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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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청와대 문건을 사전에 받아봤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의혹 사건 수사팀’은 해당 의혹을 보도한 JTBC로부터 최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 등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작업에 나섰다.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는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국가 최고 권력기관의 기밀 유출과 누설이라는 점에서 두 재단의 의혹 규명과는 차원이 다르다. 청와대 연설문 작성 시스템을 고려할 때 대통령 비서실장과 연설기록 비서관, 부속실 비서관 등 청와대 핵심인사들이 모두 수사 대상이다. 문건 유출을 직접 지시했거나 묵인했을 가능성도 있어 대통령 또한 수사를 피해가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어제 “최씨로부터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다”며 사과했지만 그런다고 혐의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문건이 청와대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된다면, 유출을 지시한 사람과 직접 유출한 사람 모두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공무상 비밀 누설죄나 공무집행방해죄도 적용도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최씨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보인 자세에 비춰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수사팀은 사건이 배당된 지 20일이 지났지만 아직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영장을 발부받으려면 범죄 혐의를 적시해야 해서 관련자 조사부터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지만 설득력이 없다. 그동안 대형 비리 사건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 자료 등을 확보한 뒤 주요 관련자 소환에 나섰던 관행으로 보아 수사 의지가 의심스러울 뿐이다.

검찰이 미적대는 사이 재단과 최씨 관련 증거들은 폐기되고 있다. 최씨가 사실상 소유한 독일 현지 법인인 더블루K의 대표가 교체되고, 최씨의 서울 집에서는 폐기한 서류가 나오기도 했다. JTBC가 보도한 파일도 최씨가 서울 강남사무실을 폐쇄하면서 버리고 간 PC에서 발견됐다. 최씨와 딸 정유라씨, 차은택씨 등 주요 인물들은 이미 해외로 빠져나간 상태다. “늑장 수사로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도 남는다.

검찰이 청와대 눈치를 보며 형식적 수사에 그친다면 조직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결과를 부를 뿐이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특별검사 수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거세가 일고 있다. 국민의 신뢰가 떠난 지금의 검찰 수사에 기댈 수 없다면 그리 해서라도 의혹을 샅샅이 파헤쳐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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