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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차 촛불집회] “朴 대통령 물러나야 메리크리스마스”… 성탄 전야에도 광장은 촛불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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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차 촛불집회] “朴 대통령 물러나야 메리크리스마스”… 성탄 전야에도 광장은 촛불 바다

입력
2016.12.2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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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째 촛불집회가 열린 24일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산타 복장을 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모형에 ‘수갑’을 선물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정현 기자
9번째 촛불집회가 열린 24일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산타 복장을 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모형에 ‘수갑’을 선물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정현 기자

“촛불 사이로 피켓을 들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크리스마스 캐럴 징글벨 멜로디에 붙인 새로운 가사가 어린 자매의 목소리를 통해 서울 광화문광장에 울려 퍼졌다. 7세, 9세 자매의 노래를 듣던 주부 유모(51)씨는 “아이들이 징글벨이 아닌 ‘하야벨’을 불러야 하는 현실에 마음이 아프다”며 “미래의 주역을 위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성탄 전야인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늦은 밤까지 “크리스마스에는 퇴진을~ 크리스마스에는 구속을~” 등 캐럴을 개사한 노래가 끊이지 않았다.

가족ㆍ연인 단위 성탄 촛불 가득

이날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주최로 9번째 열린 촛불집회는 연말을 맞아 축제 분위기로 후끈 달아 올랐다. ‘하야 크리스마스’를 외치는 시민들은 광장 무대를 수놓은 콘서트를 즐겼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탄핵을 받고 싶다”고 했다. 영하 4도까지 내려간 쌀쌀한 날씨에도 가족의 손을 잡고, 또 연인의 팔짱을 끼고 광장에 선 참가자는 55만명(경찰 추산 3만6,000명)에 달했다.

광장 곳곳에는 낮부터 빨간색 옷과 모자로 분장한 시민 산타클로스들이 대거 등장했다. 광화문광장 인근 KT건물 앞에서 발대식을 가진 ‘청년산타’ 300여명은 산타 복장과 루돌프 모자를 착용하고 집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건넸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과 산타 모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색 리본과 하야스티커 등은 모두 시민 기부로 마련됐다. 청년산타로 분한 대학생 김수연씨는 “크리스마스 이브라 사람들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많은 이들에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들떴지만 다채로운 행사 속에서도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의 목소리는 엄중했다. 본 집회 발언에 나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이재화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를 향해 “오래 걸릴 이유가 없는 탄핵심판을 지연하는 것은 또 다른 부역”이라며 “촛불이 사그라지면 헌재는 언제든 엉뚱한 판결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후 6시 소등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정부서울청사 건물 벽에는 ‘박근혜 구속, 조기탄핵’ 문구가 선명히 비쳤다.

청와대ㆍ헌재 앞에서 울려 퍼진 ‘하야 캐럴’

청와대와 헌재, 삼청동 총리공관을 향한 행진도 어김없이 재연됐다. 헌재에서 100m 떨어진 지하철3호선 안국역 앞까지 간 시민 20만명은 “헌재 탄핵 안 하면 국민들이 촛불 들고 찾아갑니다”로 가사를 바꾼 캐럴 ‘징글벨’을 함께 불렀다. 헌재의 탄핵안 인용을 바라는 뿅망치 100개도 등장했다. 이들은 ▦국정농단의 죄 ▦세월호 구조 실패와 진실 은폐의 죄 ▦대기업에 돈을 받고 특혜 제공한 죄 ▦공약을 어기고 4년 내내 국민을 못살게 군 죄 ▦민주적 권리를 약화시킨 죄 등 다섯 가지 사유로 박 대통령은 탄핵돼야 한다며 뿅망치로 경찰 차벽을 두드렸다. 청와대와 200m 거리의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는 청년산타들이 박 대통령을 본 뜬 모형에 대형 수갑을 채우며 “아이들에게는 선물을, 박근혜에게는 수갑을”이라고 소리쳤다.

연인끼리 성탄 전날을 뜻 깊게 보내려는 ‘촛불 데이트’도 봇물을 이뤘다. 벙어리 장갑을 나눠 끼고 남은 손으로 촛불을 든 문신록(30)ㆍ이나래(25)씨 커플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특별한 데이트를 하고 싶었다. 대통령 퇴진을 힘껏 외칠 수 있어 몸은 춥지만 마음은 따뜻하다”고 말했다.

본 집회 전에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고민하는 시민 토론회가 진행됐다. 오후 1시30분에는 방송인 김제동의 사회로 토크콘서트 형식의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중학생 오정태(14)군이 무대에 올라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조류독감과 사람 독감까지 6ㆍ25 전쟁 이후 최대 위기가 박근혜정부에서 몰려왔다. (대선주자들은)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이 누구인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소망하자 시민들의 박수로 화답했다.

김씨는 오군의 발언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중학생이 되면 교육감 투표권, 고교생이 되면 대통령 투표권 주자고 해왔는데 정말 어린 친구들에게서 많이 배운다”며 “여러분은 중학생 정치평론가가 탄생한 역사의 현장에 있다”고 말했다. 만민공동회 뒤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살인 특검 도입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지 ▦언론장악ㆍ방송법 개정 등 박근혜정부의 각종 정책 실패를 열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적폐 청산! 6대 긴급 현안 해결을 위한 국민의 명령’ 행사가 이어졌다.

친박단체도 ‘맞불’ 세 대결

친박단체들도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촛불집회에 맞섰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등 보수단체 회원 1만5,000여명은 이날 오후 종로구 동아일보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촛불 참가자들을 종북세력으로 몰아 붙였다.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 등 52개 보수단체가 연합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도 중구 대한문 앞에서 ‘맞불 집회’를 개최했다. 박 대통령 지지자들은 한 손에는 태극기, 다른 한 손에는 ‘계엄령을 선포하라’ ‘대통령님 힘내세요’ ‘언론과 국회를 해산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친박단체 회원들은 가방에 세월호 리본을 착용한 촬영기자를 연단에서 끌어내리거나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과 곳곳에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충돌을 우려한 경찰이 경찰버스로 양측의 동선을 분리해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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